전 세계 영화시장 중 한국에서 가장 먼저 개봉했다. 아시아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성공의 교두보로 한국 시장이 가장 강력하게 떠올랐다고 볼 수 있는 증거다. 영화평론가들의 평점을 평균 낸, 공신력 있는 미국 영화전문 웹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98%로를 획득함으로써 작품성 면에서 이미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영화는 이번 주 수요일에 개봉하였고, 단 하루 만에 여러 가지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루 동안 관객 72만 명, 50억 매출로 한국 극장 사상 최대 오프닝 기록을 세웠다. 전체 상영관 약 2천300여 개 가운데 1천863개를 점유했으니, 아마도 어느 극장에 가든 10개 관 중 7, 8개 관은 이 영화를 걸어놓고 있을 것이다. 첫날 최대 관객 동원 기록과 함께 영화업계에서는 이 영화의 1천만 관객 동원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인데다가, 기존 '명량'이 가지고 있던 1천7백만 관객 기록을 넘어서지 않을지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5월 6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어린이날 연휴가 생겼고, 연휴와 주말에는 더욱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으니, 이 영화의 기세가 어디까지 갈지 무섭다. 5월 가정의 달을 노린 한국영화들은 '시빌 워'와의 직접 경쟁을 피하고자 개봉 시기를 늦추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주 극장을 찾는 관객에게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슈퍼히어로들이 떼로 나와서 깨고 부수는 엄청난 액션과 스케일, 그리고 스펙터클이 보여주듯이 이 영화의 기록 행진은 두려울 정도다. 마블 히어로 캐릭터들이 이전 영화들에서 보여준 활약상을 알고 있어야 이해가 충분하지만, 히어로 영화팬뿐만 아니라 그저 단순히 오락영화를 보고자 하는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재미를 선사한다. 액션이 빵빵 터지고 화려하며, 그에 못지않은 인물들의 심리적 변화와 국제 정치적 상황들이 엮여 있어, 백치처럼 화면을 쳐다보고 나와야 하는 그저 그렇고 그런 액션영화는 분명 아니다.
재미있게 보면 그만이라는, 오락영화 예찬론자들의 냉소를 예상하면서도 필자는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기분이 씁쓸했음을 토로한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패권적 시선이 불편하다. 세상의 야만과 싸우는 정의로운 문명국 미국이라는, 영화를 통한 세계 제패의 이데올로기 전략을 그대로 가져온 작품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12명의 강력한 힘을 가진 히어로들이 UN의 슈퍼히어로 정책을 둘러싸고 양 진영으로 갈리어 내부 전투를 벌인다는 스토리다. 어벤져스 군단의 전투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가 늘자, UN은 이들의 활동을 감시'통제하는 '슈퍼히어로 등록법'을 내놓는다. 무고한 이들을 다치게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은 등록제에 찬성하지만,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는 더 큰 위험을 막으려면 어벤져스가 자율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맞선다. 어벤져스 군단은 캡틴 아메리카 측과 아이언맨 측으로 갈라져 팽팽하게 대립한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세바스찬 스탠),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 호크 아이(제레미 레너), 팔콘(앤서니 마키), 앤트맨(폴 러드) 등 여섯 명의 히어로는 고유의 슈트를 갖춰 입고 대열을 정비한다. UN 정책을 지지하는 아이언맨 편에는 워머신(돈 치들),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블랙 팬서(채드윅 보스먼), 비전(폴 베타니)이 선다. 그리고 새롭게 스파이더맨이 아이언맨 군단에 합류한다. 6대 6, 두 진영의 12인 공항 액션 장면은 폭발력이 넘치며,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맞붙는 2인 액션은 관객의 흥분을 끌어올린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를 성공시킨 후, '어벤져스' 세 번째 시리즈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연출까지 맡게 된 앤서니 루소'조 루소 형제 감독은 와칸다 왕국의 왕자인 블랙 팬서가 주인공인 2018년 개봉예정작 '블랙 팬서'까지 계획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앤트맨과 스파이더맨이 어벤져스 멤버로 처음 합류하면서 마블 영화 팬들을 기쁘게 했다.
영화에서 소코비아 전투 중 많은 민간인이 불의의 사고를 당했고, 이로 인해 새로운 악당이 등장하는 이야기의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 그로 인해 스스로 활동의 제약을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여전히 자율성을 가지고 시민들을 고통으로부터 구해내야 할지에 대한 슈퍼히어로들의 고뇌를 영화는 잘 표현한다. 이 영화는 히어로물이 캐릭터들의 복잡한 심리를 드러내는 심리 스릴러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며 가족을 잃은 아픔에 통곡하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민간인들이 떠올랐다. 미국의 대의명분을 위해 개인의 아픔은 희생될 수 있다는 사고가 히어로들의 정의로움으로 포장되어 교묘하게 관객들에게 주입된다. 영화는 여전히 백인들의 미국이 세상의 중심임을 외친다. 영화 취향의 다양성을 쉽게 무시당하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 앞에 속수무책인 상황에서 또 다른 시각을 보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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