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민의당 38席에 달린 '국회의장'

집권 여당 국회의장이냐,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이냐.

국회의장 선출 열쇠를 쥔 쪽은 양당이 아닌 의석 38석의 국민의당이다.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어느 쪽을 미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3선 원내대표 고지에 오른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양당을 대상으로 의장 줄다리기에 들어갔다.

의석수만 놓고 보면 의장은 제1당인 더민주의 몫이다. 20대 국회에서 더민주가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 국민의당이 38석을 차지했다. 총선 참패 전 의장 자리를 노렸던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6일 당선자 워크숍에서 "(저에 대해) 국회의장 얘기가 나오는데 야당이 우리에게 주지 않아서 다 접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새누리당 힘으로 의장 티켓을 가질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국민의당이 키를 쥐고 있을까? 국회법에 따라 의장과 부의장은 국회에서 무기명 투표를 실시해 선출된다. 이번 총선에서 어느 당도 전체 300석 중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하자 38석을 차지한 국민의당의 표심이 의장 선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 더민주 사이에서 기회비용을 계산하고 있다. 박 의원은 처음에 더민주에 힘을 실어주는 듯했으나 이내 지난 27일 당 워크숍에서 "총선에 나타난 민의에 따라 (제1당인 더민주가) 하는 게 원칙이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 뭐가 바람직하냐가 더 중요하다"며 발을 뺐다.

또 28일에는 조건을 달아 집권 여당의 의장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실정을 솔직히 인정하고 협력을 구하면 우리도 한 번 애국심을 발휘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단서를 붙였다. 하지만 '정치 쇄신'을 기조로 내건 신생 정당이 정치적 실익을 챙기고자 선거에서 제1당으로 선택받은 정당이 아닌 다른 정당과 손잡을 경우 야합으로 비칠 수 있는 데다 대통령이 국정 실패를 인정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 '협상용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당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 되자 의장 출마 희망자들이 박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새누리당에선 현역 최다선인 8선의 서청원 의원이, 더민주는 6선인 문희상'정세균 의원 등이 의장 후보로 거론된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일부 인사가 박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고, 워크숍이 열린 양평까지 찾아오려고 한 사람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국민의당은 어느 한쪽을 의장으로 밀어주는 대신 법안 처리 최종 관문인 법사위나 알짜 상임위를 챙기는 식으로 유리한 협상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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