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온갖 명목으로 '돈 내놔' 불법 취업 스터디

"자발적 모임인줄 알았는데 운영진이 장소 사용료 내라"

취업준비생 정모(27) 씨는 최근 '모 대기업 취업 스터디'에 참여했다가 돈만 날렸다. 취준생 카페에서 스터디 모집 글을 보고 약속 장소인 스터디룸을 찾아갔더니 룸사용료부터 내라는 요구를 받은 것이다. 모집책으로 보이는 '조장'이 컨설팅에 나섰지만 어설픈 진행에 정 씨는 곧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정 씨는 "나중에 알고 보니 조장이라는 사람은 스터디 카페 직원이었다. 스터디룸을 사용하게 하려고 주인과 조장이 짠 것"이라고 토로했다.

취준생에게 갖은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이른바 '돈 내놔' 취업 스터디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과 취준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직장인 응답자의 66.7%가 취업 스터디를 했고, 취준생 응답자 중 39.9%가 스터디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이처럼 취업 스터디가 취준생에게 필수 코스로 여겨지면서 이를 악용한 상업적 취업 스터디가 늘고 있다.

취준생 김성훈(26) 씨는 "자발적 모임인 줄 알고 회화 스터디를 갔더니 건물 지하에 책상을 들여놓고 운영진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장소 제공료'를 명분으로 1인당 한 달 참가료 4만원을 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취준생 이모(28) 씨는 "운영진이 명확한 기준 없이 마음대로 책정된 비용을 요구하는데 어디에 쓰이는지도 알 길이 없다"고 했다.

각종 인터넷 카페에서는 아나운서 이력 등을 내세우며 면접 대비 일대일 강습을 해준다는 '스피치과외' 등 불법 사설 과외 홍보 글도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한 스피치학원 관계자는 "개인 과외는 교육청에 신고를 해야 하지만 사설 업체 중 상당수는 신고 없이 영업을 하며 과외 교사 이력을 허위로 내세우거나 시간당 10만원 상당의 고액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상 미등록 불법사설과외는 처벌할 수 있지만, 영리 목적의 취업 스터디까지 제재할 방법은 없다"며 "돈을 요구하는 스터디는 우선 의심하고 피하는 등 예방이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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