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는 청렴한 윤리 솔선수범 기본
대통령만 깨끗하면 뭐해 소리 난무
안정적 기반 위 혁신 적임자 찾아야
지난 4'13 총선은 보수가 보수를 심판했다. 18대 대선에서 보수 여당의 대선 후보를 찍었던 보수층 상당수가 안이한 보수에 등을 돌린 것이다. 그런 참혹한 결과를 받아들고도 보수 새누리당은 대오각성하는 기미도 별로 없다.
3일 원내대표 경선이 끝나면 비상대책위원장 선출을 앞둔 새누리당은 요즘 목표가 없는 것 같다. 차기 정권 재창출을 위한 뼈를 깎는 반성도, 지난 총선에서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인식도 안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달 26일 열린 당선자 워크숍에서 총선 참패 원인을 무법 공천, 민생 불안을 겨냥한 야당 슬로건(문제는 경제다! 정답은 투표다!)에 비해서 공감을 얻지 못한 홍보 참사(뛰어라 국회야),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조차 엉터리 여론조사 도취 등 유권자들이 더 먼저 표로 심판한 6가지로 꼽는 데서 그쳤다.
안일하다. 그 6가지가 4'13 총선을 망친 주범이라고만 여긴다면 다음 대선도 보나 마나 필패다. 대선을 위한 인재 발굴이나 후보 영입은 차후 문제이다. 보수 대개조를 명령한 국민의 소리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다면 두 번 다시 기회는 오지 않는다.
지난 총선에서 보수층이 보수에 등을 돌린 결정적인 이유는 보수 여당이 그동안 보수적인 가치를 지켜내지 못한데다 부패와 분열을 일삼고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 안일함까지 드러내는 '부끄러움 상실' 때문이다. 흔히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도리어 보수가 자기희생 대신 분열을 택했고, 2012년 대선 이후 지금까지 도처에서 불거진 각종 적폐를 속시원히 잡지도 못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만 깨끗하면 뭐하나…"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다니고 있다.
대한민국의 광복은 함석헌 선생의 지적처럼 도둑처럼 찾아왔다. 그 이후 지금까지 70년간 일궈온 산업화, 민주화 가치를 지키면서도 성숙한 시민사회를 이끄는 보수가 되려면 청렴하고 윤리적이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며, 각종 부정과 비리를 끊는데 대한 솔선수범은 기본이다. 과연 그 정신을 실천해왔는가.
넥슨 주식 특혜 논란으로 120억원대 재산가가 된 검사가 있다면 시민단체가 고발하고 여론이 들끓기 전에 쥐도 새도 모르게 사찰해서 일벌백계로 먼저 다스려야 한다. 검사는 대표적인 권력기관의 구성원 아닌가. 기득권이 썩지 않도록 하는 것은 보수가 지켜야 할 기본 가치이다. 그런데도 태무심했다. 여론이 들끓고 나서야 '철저한 수사'를 명하니 국민의 마음에 들 리가 없다. 이미 유권자들의 마음속에는 "쟤(진경준)는 크게 해먹었기 때문에 문제가 됐지, 소소하게 수억씩 해먹는 것은 수도 없을 것"이라는 의심 바이러스가 정부에 대한 불신의 병(病)으로 커질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면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을 자격이 없다.
또한 가습기를 사용했다가 사람이 죽었는데 무슨 사정을 봐 주며 차일피일 수년씩 진상 조사를 늦출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 국민은 가습기 살인사건에 대해서 정부가 먼저 보상하고, 나중에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억울한 죽음을 당한 시민을 대신해서 정부가 철저하게 진상 조사를 하고 사건의 전모를 밝히고, 처벌과 책임을 물은 뒤, 보상은 그 후에 해도 늦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런 눈높이에 맞춰주는 것이, 보수 정권이 취해야 할 최소한의 기본 도리이다.
남북이 대치된 상황에서 세상의 급격한 변화보다 전통과 질서를 존중하며, 지킬 것을 지켜가는 보수적 가치의 기반 위에서 혁신하고 안정적 변화를 추구하는 그 많은 보수 지지층이 보수 여당을 심판했다. 이제 새누리당은 원내대표 선출 이후, 비대위원장을 선출한다. 부디 이번에 새누리당이 모셔올 비대위원장은 보수 대개조를 구현할 수 있는 인물을 찾아내기 바란다. 추풍령 아래에도 사람이 살고 있으니 단디 찾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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