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기능경기대회 괄목할 결실 거둔 조일로봇고 학생들

1학년부터 기능반 학생 선발, 혹독한 기술 연마…기능경기대회서 개교 이래 최고의 성과

지난달 6~11일
지난달 6~11일 '2016년 대구지방기능경기대회'에서 조일로봇고가 사상 최고의 성적을 달성했다. 대회에 참가해 입상한 학생들이 시상식에서 상장을 펼쳐보이며 오는 9월에 있을 전국대회를 위한 각오를 다졌다. 조일로봇고 제공

지난달 6~11일 숙련 기술인들의 대축제인 '2016년 대구지방기능경기대회'가 경북기계공고 등 5개 경기장에서 열렸다. 일찍부터 숙련 기술인의 꿈을 키워나가는 특성화고 학생들에게는 꿈의 무대라고 할 수 있다. 대구에서는 모두 43개 직종에 선수 590명이 참가, 경기와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로 개최됐다.

이 가운데 조일로봇고에서 참가한 학생들은 역대 최대 메달을 획득해 모두의 이목을 끌었다. 기능반을 육성하고 선취업후진학제를 선도하는 조일로봇고가 기울인 그간의 노력, 앞으로의 목표 등을 살펴봤다.

◆지방기능경기대회 최고 실적

지난달 27일 대구 동구 조일로봇고 동아리실. 기능반에 소속된 20여 명의 학생이 정규 수업을 마친 뒤 용접 연습에 여념 없었다. 일부는 웹디자인, 애니메이션 등을 실습하는 컴퓨터 화면을 주시했다.

대구지방기능경기대회에서 우수한 실적을 거둔 이곳 학생들은 오는 9월 열릴 전국기능경기대회에 대비해 벌써 맹연습에 돌입했다.

실습은 밤늦은 시간까지 계속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동아리실 한편에 마련된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는 게 일상이 됐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지난달 열린 대회에서 조일로봇고 학생들은 역대 최고의 성적을 달성했다.

29명의 학생이 애니메이션, 웹디자인 및 개발, 그래픽 디자인, 모바일로보틱스, 산업용 로봇 등 다섯 종목에 출전해 메달 12개를 획득했다. 이번 수상 실적은 대구의 특성화고 19곳 가운데 경북기계공고 다음으로 우수한 성적이다.

2013년 지방대회(금4, 동1, 우수상3), 2014년 지방대회(금2, 은2, 동2, 우수상2), 2015년 지방대회(금3, 은2, 동4, 우수상2) 등 조일로봇고가 지난 수년간 기능 대회에 참가해 쌓은 노하우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학생, 교사들은 어려운 환경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이룬 성과이기에 결과가 더욱 값지게 와 닿았다.

20년 역사를 자랑하는 조일로봇고 기능반은 운영 과정이 엄격하기로 이름이 나있다.

기능반 담당 교사들은 1학년 신입생 중 기능인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도전'목표 의식이 있고, 혹독한 연습 생활을 견딜만한 의욕적인 학생을 우선으로 선발한다.

이들은 1학년 때부터 정규 수업시간 후 기능반 선배들의 일상을 가까이서 지켜본 뒤 1학기가 끝날 때쯤 자신이 출전할 기능대회 종목을 정한다. 2학년 때부터 대회에 본격적으로 출전하기 위해서다.

평일에는 정규 수업 시간 후 오후 9시 30분까지, 토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일요일 오전 11시~오후 6시 등 휴일도 없이 연중 기술 익히기에 매진해야 한다.

서성희 로봇콘텐츠과 부장은 "올해는 조일로봇고 기능반 역사상 최초로 여학생이 4명이나 들어와 앞으로의 성과가 더욱 기대된다"며 "교사들은 기능반에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성취 의식만 심어주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기능반에서 갈고닦은 실력은 취업과 직결된다. 실제로 지난달 지방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한 한 학생을 눈여겨본 지역 IT업체 대표는 현장에서 바로 스카우트 제의를 보내오기도 했다.

학교 역시 기능반 운영에 전폭적인 지원을 보내고 있다. 9월 초 서울에서 열릴 전국기능경기대회에 대비해 경기장 근처에 이미 숙소까지 마련했다. 대회에 임박해 로봇 조립 등을 실전처럼 연습하려면 경기장과 가까운 숙소 중 넓은 공간을 선점하는 게 관건이기 때문이다.

조일로봇고 기능반 학생들이 지닌 가장 큰 목표는 세계기능올림픽대회에 출전하는 것이다.

2년에 한 번, 한 국가당 종목별로 한 명씩 출전할 수 있는 세계기능올림픽은 내년 두바이에서 개최된다.

김재선 도제부장은 "지난 2007년 웹디자인 기능반 학생이 세계기능올림픽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해 동메달을 획득하는 등 조일로봇고는 기능반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며 "밤낮으로 기능지도를 하는 교사들의 희생과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학생들의 노력이 합쳐진 것"이라고 했다.

◆성과를 내기까지

조일로봇고의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꿈과 목표를 심어주는 것을 가장 큰 과제로 여긴다.

이곳은 도심에서 비교적 외딴곳에 위치한 탓에 매년 정원 미달이 발생하고, 신입생들의 입학 성적 역시 크게 뛰어나지는 않은 편이다. 또 신입생 상당수는 장래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거나, 삶의 목표가 불확실한 학생들이 많다.

이에 학생들의 경쟁력과 학교의 위상을 높이고자 지난 2012년 '조일공고'에서 '조일로봇고'로 교명 변경을 결정했다.

당시 대구시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을 대구에 유치하고 3공단 지역에는 로봇산업클러스터를 조성했고, 대기업들도 로봇 분야로의 진출을 발 빠르게 추진한 데 따른 것이다.

동시에 교과 운영 체계도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으로부터 로봇 관련 교과과정을 컨설팅받아 로봇학과 4개(e-로봇과, 생산자동화로봇과, 자동차로봇과, 로봇콘텐츠과)를 출범시켰다. 또 전공에 따라 1학년 때부터 용접, 자동차정비, 웹디자인 등 자격증 취득에 매진하도록 유도했다.

기능반이 아닌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소기업반' 운영도 주목할 만하다. 강소기업반은 정규 수업을 마친 후 지도 교사와 함께 오후 9시까지 학교에 남아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을 공부하거나 자기소개서 작성, 인적성 검사 등을 대비하는 곳이다. 특히 사회에 진출한 졸업생과 후배들 사이의 돈독한 관계는 재학생들이 진로를 결정하고 사회 각 분야로 진출하는 데 디딤돌이 되고 있다.

조일로봇고는 매년 5월 졸업생, 재학생과 가족 모두를 동반한 '가족동반 체육대회'를 연다. 학업, 진로에 대해 자신감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 재학생들은 선배들이 고교시절 배운 기술을 토대로 사회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보고 자연스럽게 목표 의식을 갖게 된다.

조일로봇고 관계자는 "이곳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노력만 하면 강소기업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말로 동기 의식을 심어주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선취업후진학' 선도 학교

지난해 말 조일로봇고는 서부공고, 경북공고, 경상공고와 함께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로 선정됐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는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교육 과정으로, 기업과 학교를 오가며 이론과 현장실무를 동시에 익히는 현장중심의 직업교육 제도다. 이 과정을 이수하면 졸업 후 바로 취업할 수 있다.

또 지난해는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중소기업 특성화고 인력양성사업'에도 선정돼 1억7천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이를 통해 재학생을 대상으로 취업 전략 캠프, 중소기업 이해 연수, 60여 개 강소기업과의 협약을 통한 취업 지원, 자격증 취득반 지원 등 특성화 교육 과정을 운영 중이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올해 졸업생 가운데 약 60%가 한국조폐공사, 해태제과 등으로의 취업에 성공했다.

박병수 교장은 "학생들이 자신의 기술 분야에서 최고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학교가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며 "특히 기능지도에서 최적화된 환경을 갖춰 전국 최고의 특성화고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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