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로진학 상담실에서] 현진이의 꿈

"남극 펭귄들은 사냥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드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펭귄 한 마리, '퍼스트 펭귄'이 먼저 용기를 내 뛰어들면 무리가 따라서 바다로 들어간다. 그 용기를 나는 아낀다. 나는 퍼스트 펭귄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시작했다. 현진이가 1학년 때 진로탐색경진대회 출품작 머리글에 적은 일부분이다. 처음 읽는 순간 아드레날린 분비가 촉진되는 기분이었다. 애절하게 자신의 꿈을 드러내 보이는 절절함이 느껴졌다. 현진이의 꿈에 대한 강렬함을 엿볼 수 있었다. 프레젠테이션 구도를 봐서는 다른 학생들과는 다른 아레테가 보였다. 낯섦과 신선함, 친근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도시 전경을 표지로 해서 자신의 꿈을 나타내 보였다. 그 꿈은 바로 '아름답고 멋진 도시를 만들고 싶어 하는 건축가'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현진이는 직업 흥미에서 AE(예술형, 진취형)형으로 공학 및 예술 분야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직업 가치관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현진이가 건축가를 꿈꾸게 된 결정적인 롤모델이 있다.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MIT에서 도시계획학을 전공한 김진애 박사다. 김 박사의 '도시의 숲에서 인간을 발견하다'를 읽으면서 현진이가 느낀 감정은 처음에는 '경외감' 그다음에는 '차오름'이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 자신의 꿈을 '건축가'로 정했다고 한다. 자신을 길고 깊게 탐색하고 자신의 삶을 관조해 본 결과 건축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현진이는 현재 고3이다. 현진이의 학생부를 살펴보면 현진이의 꿈은 미래 완료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다.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건축의 거인들, 초대받다' 등 건축 관련뿐만 아니라 철학, 문학, 심리학, 수학 및 과학에 대한 39권의 방대한 독서 기록이 있다. 한국 해비타트 희망의 집 고치기 봉사활동에 참가하여 어려운 이웃들이 사는 집을 개조하면서 주거 공간으로서의 집이 지닌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가지기도 했다. 대구MBC 주최 '바르셀로나를 꿈꾸다 안토니 가우디 전'을 관람하고는 19세기 바르셀로나의 건축적 문제를 이해하고 가우디의 건축 세계에 대해 깊이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 경우 자연계열 대학 진학이 어려운 외고 여건상 교차 지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건축 관련 학과를 중심으로 인문계열 학생들이 지원 가능한 곳을 탐색했다. 다행히 Y대 실내건축학, H대 건축학, K대 건축학은 인문계열 학생들을 수시 모집에서 별도로 선발한다. 수시 모집에서 이 대학들의 건축학 모집 단위에 현진이는 도전할 의지를 보였다. 정시 모집 때는 교차 지원해서 지원 가능한 곳을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지난여름 현진이 어머니께서 진로진학상담실을 찾아와 주셨다. 현진이의 어릴 때 일상들을 들으면서 리틀 건축가의 모습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조용히 현진이의 꿈을 지지하는 어머님의 모습에서 진정 딸의 삶과 꿈을 존중하는 태도를 볼 수 있었다. 참으로 존경스러운 모습이었다. '길을 걸어가는 그곳에서 길은 완성된다'는 장자의 말처럼 현진이는 스스로 퍼스트 펭귄이 되어 길을 완성할 것이다. 나는 동행자가 되어 소중한 꿈의 공모자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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