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옥시, 5년 만에 "포괄적 보상"…"검찰 수사 면피용" 거센 비난

옥시 "책임 통감" 100억원 인도적 기금 보상…피해자 가족 "한국땅에서 자진 철수하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옥시 공식 기자회견에서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대표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옥시 공식 기자회견에서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대표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옥시(RB코리아)가 공식 사과하고, 독립적인 기구를 만들어 피해자에 대한 '포괄적인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문제의 살균제(제품명: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를 내놓은 지 15년 만이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장을 찾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은 옥시의 사과가 '검찰 수사 면피용'이라고 비판하며 옥시의 대응 태도를 강하게 비난했다.

◆옥시 "살균제 사태, 전적으로 책임지겠다"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 대표는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로 폐 손상을 입으신 모든 피해자와 가족들께 머리 숙여 가슴 깊이 사과드린다"며 "옥시 제품이 이 사건과 관련된 점, 신속히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사프달 대표는 피해자와 가족들에 대한 포괄적 보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진행한 1'2차 피해조사(2013∼2015년)에서 1등급(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가 거의 확실)과 2등급(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능성 높음) 판정을 받은 이들 중 옥시 제품 사용자들에게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3'4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를 위해서는 2013년과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조성계획을 밝힌 100억원 규모의 인도적 기금으로 보상하는 방안을 내놨다. 세부적 보상 금액은 옥시가 7월까지 독립기구(패널)를 만들어 산정한다.

옥시 제품과 타사 제품을 함께 사용한 소비자가 적잖다는 점을 언급한 옥시는 "업계 차원에서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로 보상하기 위해 다른 제조'판매사들이 동참해 달라"고 제안했다.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1'2차 가습기 살균제 피해조사 대상 530명 중 옥시 제품만 쓴 사용자는 220명, 옥시와 타사 제품을 함께 쓴 사용자는 184명이다. 1'2등급 판정 피해자 221명 가운데 옥시 제품 사용자는 178명이다.

◆피해자 가족 "수사 면피용 아닌 진정한 사과하라"

옥시의 사과에 피해자 가족들은 검찰 수사 면피용이 아닌 진정한 사과를 하라고 촉구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연대(이하 유가족연대)는 "5년간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해 사과를 요구한 피해자의 한 맺힌 눈물을 외면하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시점에 기자간담회 형식의 사과를 내놨다"며 "수백 명을 죽인 옥시는 전대미문의 대참사를 유발하고도 법인을 해산하고 사명을 2번씩이나 변경하며 온갖 거짓과 위선으로 사건을 은폐'축소했다"며 "옥시의 자진 철수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을 지켜본 최승운 유가족연대 대표는 회견 직후 사프달 대표와 격론을 벌이다 단상에서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하며 울부짖었다. 아이가 만 1살에 병원에 입원해 8개월 만에 사망했다는 최 대표는 "아이 한번 잘 키워보려고 가습기 살균제를 썼다가 내 손으로 4개월 동안 아이를 서서히 죽였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피해자들이 큰 고통을 받다 숨졌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옥시가 아직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무성의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나고 사프달 대표와 따로 면담한 피해자 가족 10여 명은 면담시작 2시간여 만인 오후 4시쯤 옥시 사무실을 나섰다. 하지만 가족들은 옥시 측이 기자회견에서 했던 사과와 변명을 늘어놓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최승운 대표는 "(레킷벤키저가 옥시를) 인수하기 전에 만들었던 제품이고, 인수 이후 사고가 난 것에 대해서는 미안하다는 게 옥시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들 가족은 전문가 패널을 구성하는 대신 옥시가 피해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사과하고 기존에 법원 조정을 거쳐 합의한 가족에 대해서도 다시 보상금을 산정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옥시는 확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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