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진정한 어린이공원이 필요하다

요즈음, 주변의 어린이공원을 둘러보면 흙은 구경할 수도 없고 온통 깨끗하게 포장되어 있다. 안전에 신경을 쓴 놀이기구와 주변 바닥은 탄성 재질로 포장돼 넘어져도 다치지 않게 되어 있는 것이다. 너무나 깔끔하다.

하지만 최근의 아이들을 보면, 몸이 커지는 것에 비해 기초 체력은 해마다 저하되고 있다. 또한 금방 피곤해하는 아이, 자신이 뭔가를 하려고 하지 않고 지시를 기다리기만 하는 무기력한 아이,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 남의 아픔이나 죽음조차도 생생하게 느끼지 못하는 아이, 방에만 틀어박혀 있는 은둔형 외톨이 등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게다가 집단 따돌림, 폭력, 그리고 자살…. 지금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들의 참혹한 사건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러한 일의 원인 중 하나가 아이들을 마음껏 놀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린 시절의 자유로운 놀이가 그 사람의 발상의 풍요로움, 개성을 키워가는 데 크게 도움이 되고 있으며… 다양한 고민이나 문제를 가지고 상담하는 아이들에게 주는 특효약은 '자유로운 놀이'이다"라고 임상심리학자들은 이야기한다.

하지만 대입사회라고도 부를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학업에는 가치가 있고 놀이에는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풍조가 강한 탓에, 우리의 부모들은 아이들의 자유로운 놀이나 풍부한 체험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 부모들이 놀이보다도 학업을 우선하여 학원이나 과외 수업에 쫓겨서 아이들의 시간이 구속되고 있다. 더욱이 멀리서 놀면 안 되고, 모험적인 놀이기구나 공간은 위험해서 허용되지 않는다. 흙장난은 먼지가 나고 더럽혀지니까, 모래사장은 병균이 많으니까 우레탄 등 탄성 바닥으로 처리하고… 등등 부모들이 너무 과잉보호한 나머지 아이들의 놀이가 억제되고 공원은 흙을 밟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모래사장에서 상상력을 총동원하여 그때그때 뭔가를 창조해내며 그들만의 세계 속에서 즐기는 여러 가지 놀이가 없어진 공원, 그래서 획일적이고 안전한 공원. 어린이들이 노는 목소리를 소음으로밖에 느끼지 못하고 불평하는 어른들, 아이들이 뭔가 하려고 하면 위험하니까 말리려고 간섭하는 어른들이 놀이를 통한 아이들의 창의성 계발을 막고 있다. 이러한 것들에 의해서, 자유로운 놀이나 다양한 체험을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은 지극히 빈약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정말, 우리가 사는 지역이 아이들을 키워나갈 힘을 상실해버린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어린이들이 자유롭고 풍부한 놀이를 경험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도 괜찮을까? 친구들이나 가족, 지역사회의 사람들과 풍부한 인간관계를 만들어 지역문화나 삶의 지혜 등을 지식으로서가 아니라 실제 체험으로 알고, 온 세상의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생각하는 사람이 되려면 어린 시절의 자유롭고 풍부한 놀이를 어른들이 보장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린이공원에 있어서는 안전만이 강조되는 획일적인 놀이기구나 깨끗한 놀이 환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유롭게 마음껏 뛰놀 수 있으며, 흙에 뒹굴고, 나무타기도 해보고, 상상력을 동원하여 아이들만의 세상을 다양하게 만들어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자유로운 놀이 속에서 창의력과 배려심, 건강한 신체, 감성이 키워지기 때문에 이러한 어린이공원에 대한 부모들과 어른들의 이해가 대단히 중요하다. 어른의 눈에 맞는 공원이 아니라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는 어린이공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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