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74)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지 오는 11일로 만 2년이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 나름의 스타일로 삼성을 바꿔 나가고 있다. 단기간의 사업 재편, 특히 외형 확장보다는 슬림화에 초점을 맞춘 이 부회장의 스타일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외형 확장보다는 조직 슬림화에 초점
삼성그룹은 지난 2013년 말 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 부문 양수를 시작으로 10여 차례 이상 계열사 재편 작업을 벌였다. 한화그룹 및 롯데그룹과의 1'2차 빅딜을 통해 화학 및 방위사업 계열사를 모두 정리했다. 지난해 9월 옛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을 합병한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삼성그룹의 계열사 재편 작업과 관련해 현재 수면 위에서 진행 중인 것은 광고 계열사 제일기획 매각 건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삼성물산 건설 부문과 삼성카드 등 일부 금융계열사의 매각, 삼성생명을 축으로 하는 금융지주사 전환 등의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지만 아직은 수면 아래에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년간 활발한 대외 행보를 펼쳤다. 전자와 금융, 자동차 등 주요 업종의 글로벌 인사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려는 이 부회장의 고민이 활발한 교류와 외연 확장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나 결과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제2의 반도체, 제2의 휴대전화와 같은 삼성의 새로운 먹거리가 무엇이 될지도 불투명하다.
아버지인 이 회장과 달리 이 부회장은 아직 삼성 안팎의 현안이나 국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자신의 인식이나 목소리를 외부에 비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 만큼 이 부회장이 그리는 글로벌 삼성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현재 추진하는 변화가 삼성을 어디로 이끌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아직 회장직 승계 가능성은 크지 않아
향후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가능성도 재계의 관심사다. 2일 삼성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2012년 승진)이 가까운 장래에 회장직을 맡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부회장 직함을 갖고도 주요 업무 처리에 전혀 지장이 없는 데다 아버지가 병상에 있는 상황에서 굳이 회장 승진을 서둘러야 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이 부회장은 공식 직함으로 삼성전자 부회장 외에 삼성생명공익재단 및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보아오포럼 이사 등을 맡고 있다. 두 재단 이사장은 이병철 선대회장과 이건희 회장이 맡아왔던 직책으로 삼성의 승계 정통성과 관련해 상징성이 매우 큰 자리다.
이 부회장이 연봉 공개를 검토할지도 관심이다. 2018년 시행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미등기 임원이라도 상위 5위까지 매년 두 차례 연봉을 공개토록 규정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연봉 5억원 이상의 등기 임원만 보수를 공개한다. 등기 임원을 맡고 있지 않은 이 부회장은 연봉 공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법 시행 전이라도 연봉을 공개할 여지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의 연봉 규모는 국내 대기업 최고 수준인 삼성전자 등기 임원진 연봉보다는 적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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