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불공정 입학에 면죄부 준 교육부의 로스쿨 의혹조사

교육부가 지난 연말 실시했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시 실태 조사 결과를 2일 발표했다. 로스쿨 입학 전형 과정에서 24명이 자기소개서에 대법관이나 검사장, 법원장 등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기재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8명은 '부모 스펙' 기재를 금지한 로스쿨 입학 요강 규정을 어긴 것으로 밝혀졌다. 아예 신상 기재 금지 규정조차 마련하지 않은 로스쿨도 많았다. 로스쿨 입시가 고위층 자녀를 위한 현대판 음서제로 전락했다는 의혹이 일정 부분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교육부의 발표는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로스쿨 입시 실태는 그동안 전면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지만 교육부는 결국 익명으로 결과를 발표했다. A대학의 경우 아버지가 ○○지방법원장으로 기재했다는 식이다. 그것도 조사를 마친 지 4개월이나 미룬 결과다. 자기소개서에 부모나 친인척을 적시한 입학생에 대해서는 법적 다툼을 우려해 합격 취소는 어렵다고 결론을 맺었다. 입시 부정 여지가 있는 입학생에 법적으로 다퉈보지도 않고 면죄부를 준 것이다.

각종 공인시험에서 자기소개서에 집안 배경을 밝히면 탈락시키는 것은 불문율이다. 정성평가가 작용하는 대입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도 응시생이 면접 과정이나 자기소개서에서 부모의 배경 등을 드러낸다면 당연히 탈락이다. 이는 고교 입시에서도 마찬가지고, 공무원시험이라면 더 말할 나위 없다. 심사 과정에서 혹시 있을지도 모를 불공정 시비를 막자는 의도에서다. 누구보다도 불편부당해야 할 법조인을 양성하는 로스쿨 신입생을 뽑는 과정에서 공공연하게 부모의 신상을 공개했다면 이는 사실상 입시부정이라고 볼 여지가 많다. 더욱이 이번 조사는 입시 서류를 통해 명백히 드러난 경우만 밝힌 것이다.

가뜩이나 로스쿨은 돈스쿨, 귀족스쿨 소리를 들으며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사시 존치론이 힘을 얻는 데는 로스쿨에 대한 불신도 한몫한다. 로스쿨 입시에서 이런 불공정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어야 한다. 교육부가 드러난 불공정 사례마저 익명 아래 숨기고 축소하기에 급급하다면 불신을 잠재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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