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버지는 법무법인 대표…" 로스쿨 자소서 24건 보니

부인·친인척 신상 추정 가능 5건, 19건은 이름 안써 누군지 몰라

교육부가 2일 발표한 로스쿨 입시 실태 전수조사에서 경북대와 영남대를 포함해 전국 대부분의 학교가 '자기소개서(자소서)에 부모 및 친인척 신상 기재 금지' 항목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됐다.

◆로스쿨 자소서에 부모 스펙 기재 내용

교육부에 따르면 로스쿨 입학 때 작성한 자소서에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이 기재된 것은 24건이었다. 그중 부모'친인척의 추정이 가능한 사례는 5건이었다. 이 사례에서 지원자들은 자소서에 자신을 시장, 법무법인 대표, 공단 이사장, 지방법원장의 자녀 또는 변호사협회 부회장의 조카 등으로 소개했다. 나머지 19건은 대법관부터 판검사 등 부모'친인척의 직업을 기재했지만 이름이나 재직 시기를 특정하지 않아 당사자를 파악할 수 없었다.

게다가 자소서 작성 시 부모'친인척 신상 기재 금지 사항이 차이가 나는데다 서울대 등 7개 대학은 '부모 및 친인척 신상 기재 금지'를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고, 2개 대학은 응시원서에 보호자의 근무처, 보호자 성명 등을 적도록 해 공정성을 해칠 만한 요소가 있었다.

◆경북대'영남대 로스쿨도 입시 공정성에 문제

대구경북의 로스쿨인 경북대와 영남대도 로스쿨 입시 공정성에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교육부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경북대 로스쿨은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기재하지 말라고 입시요강에 명시했음에도 이를 위반한 사례가 적발돼 기관 경고 조치를 받았다. 경북대의 사례는 지난 3월 말 신평 로스쿨 교수가 제기한 '입시 청탁 의혹'일 가능성도 있지만 경북대 관계자는 "아직 이번 발표와 관련된 처분서가 학교에 도착하지 않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경북대는 신 교수가 폭로한 내용에 대해 자체 진상조사가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밝혀 '뒷북 조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영남대 로스쿨은 응시원서에 보호자의 근무처와 성명 등을 적도록 한 것에 대해 기관 경고를 받았다. 영남대는 지원자가 자소서에 부모'친인척의 신상을 적은 사례는 없었지만 입시요강에 기재를 금지하도록 고지하지 않아 시정 조치를 받았다. 영남대 관계자는 "교육부의 결과 발표 이전에 내부적으로 원서에 보호자 근무처'비상연락처를 적는 것에 대해 문제가 제기돼 시정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합격 취소 못 한다니" 용두사미식 결론 논란

이번 교육부의 발표를 두고 법조계는 "로스쿨 체제에 문제가 없다"는 쪽과 "공정성을 잃은 로스쿨을 폐지해야 한다"는 쪽으로 나뉜 모양새다. 한국법조인협회는 "향후 입시 공정성을 기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게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포함한 전국 변호사 134명은 "국민의 신뢰를 잃은 로스쿨 제도로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믿음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의 조치 또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시각도 있다. 교육부가 "정성평가의 특성상 자소서에 부모 직업을 기재한 것만으로 합격과의 인과관계를 알 수 없다"는 이유로 결국 입학 취소는 1건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해당 로스쿨도 대부분 경고 등의 행정조치만 취해졌기 때문이다. 박성환(사시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 대표) 씨는 이번 발표에 대해 성명서를 통해 "입시부정 의혹이 드러났는데도 솜방망이 처벌밖에 못 했으니 교육부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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