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사만어 世事萬語] 빌 게이츠의 휴가비

'직업'(Jobs)이라는 성(姓) 때문일까. 스티브 잡스는 평생 일에 빠져 살았다. 엄청난 재산(83억달러)을 남겼지만 그에게는 일이 돈보다 우선이었다. 돈이라면 단연 빌 게이츠다. 3년 연속 세계 최고의 부자에 오른 그의 재산은 무려 750억달러. '지폐'(Bill)가 드나드는 '문'(Gates)이니 이름부터가 돈 쓸어담을 팔자이다.

얼마 전 빌 게이츠가 이탈리아로 일주일간 가족 휴가를 떠났는데 휴가비용이 우리 돈으로 6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SNS에서는 사치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검소한 휴가라는 촌평들도 있었다. "10억원 자산가가 휴가비로 9만원 쓴 셈" "20년간 하루 50억원씩 기부를 해온 사람인데 싸게 다녀왔네"라는 반응이 그것이었다.

세계 경제가 어렵다고들 아우성이다. 생산은 과잉인데 소비가 받쳐주지 않다 보니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 부(富)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져 사회 전체의 소비능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시중에 돈도 돌지 않는다. 경제는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중증 환자처럼 시름시름 앓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상상 못 할 현상과 정책들이 펼쳐지고 있다. 근검절약만이 살길이라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소비가 미덕인 시대가 됐다. 휴가를 늘리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외치던 우리나라 재계가 소비 진작 차원에서 임시공휴일을 지정해 달라고 정부에 먼저 요청하는 진풍경마저 빚어지고 있다.

사실상의 제로금리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고 양적완화 같은 극약 처방들이 세계 각국에서 다발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돈을 빌려주면 이자를 받는 것이 상식인데 이 공식마저 깨지고 있다.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는 기준금리가 아예 마이너스다. 이 모두 인류가 최초로 경험하는 일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양적완화 시행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완화'라는 용어 때문에 규제를 푸는 착한 정책인 듯 보이지만, 돈을 찍어 빚을 갚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정부는 선진국에서 양적완화를 시행했으니 우리도 괜찮을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그러나 기축통화인 달러나 유로'엔 같은 강대국 통화와 한국 돈의 입지가 어디 같은가. 더구나 외국에서의 양적완화는 시장 전반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형식이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돈을 찍어서 조선'해운 등 특정 업종에 풀겠다는 정책이다. 전례 없는 양적완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부작용이 우려스럽다.

김해용 북부지역본부장 kimhy@msnet.co.kr

'직업(Jobs)'이라는 성(姓) 때문일까. 스티브 잡스는 평생 일에 빠져 살았다. 엄청난 재산(83억 달러)을 남겼지만 그에게는 일이 돈보다 우선이었다. 돈이라면 단연 빌 게이츠다. 3년 연속 세계 최고의 부자에 오른 그의 재산은 무려 750억 달러. '지폐(Bill)'가 드나드는 '문(Gates)'이니 이름부터가 돈 쓸어담을 팔자이다.

얼마 전 빌 게이츠가 이탈리아로 일주일간 가족 휴가를 떠났는데 휴가비용이 우리돈으로 6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SNS에서는 사치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검소한 휴가라는 촌평들도 있었다. "10억 원 자산가가 휴가비로 9만 원 쓴 셈", "20년간 하루 50억 원씩 기부를 해온 사람인데 싸게 다녀왔네"라는 반응이 그것이었다.

세계 경제가 어렵다고들 아우성이다. 생산은 과잉인데 소비가 받쳐주지 않다 보니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 부(富)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져 사회 전체의 소비능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시중에 돈도 돌지 않는다. 경제는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중증 환자처럼 시름시름 앓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상상 못 할 현상과 정책들이 펼쳐지고 있다. 근검절약만이 살 길이라던 기억이 엊그제같은데 이제 소비가 미덕인 시대가 됐다. 휴가를 늘리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외치던 우리나라 재계가 소비 진작 차원에서 임시공휴일을 지정해 달라고 정부에 먼저 요청하는 진풍경마저 빚어지고 있다.

사실상의 제로금리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고 양적 완화 같은 극약 처방들이 세계 각국에서 다발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돈을 빌려주면 이자를 받는 것이 상식인데 이 공식마저 깨지고 있다.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는 기준금리가 아예 마이너스다. 이 모두 인류가 최초로 경험하는 일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양적 완화 시행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완화'라는 용어 때문에 규제를 푸는 착한 정책인 듯보이지만, 돈을 찍어 빚을 갚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정부는 선진국에서 양적 완화를 시행했으니 우리도 괜찮을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그러나 기축통화인 달러나 유로'엔 같은 강대국 통화와 한국 돈의 입지가 어디 같은가. 더구나 외국에서의 양적 완화는 시장 전반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형식이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돈을 찍어서 조선'해운 등 특정 업종에 풀겠다는 정책이다. 전례없는 양적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부작용이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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