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험금 노리고… 남편 청부살해 13년 만에 덜미

술 마시고 귀가하다 차에 치여…금감원 제보로 재수사 착수

3일 오후 의성군 다인면에서 보험금을 노린 아내에게 남편의 청부살해 부탁을 받고 범행을 저지른 E(56) 씨가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E씨는 지난 2003년 숨진 A씨의 아내 B(65) 씨와 공모해 자신의 화물차로 박씨 남편을 차로 쳐 숨지게 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3일 오후 의성군 다인면에서 보험금을 노린 아내에게 남편의 청부살해 부탁을 받고 범행을 저지른 E(56) 씨가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E씨는 지난 2003년 숨진 A씨의 아내 B(65) 씨와 공모해 자신의 화물차로 박씨 남편을 차로 쳐 숨지게 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보험금을 노리고 교통사고를 가장, 남편을 청부살해한 아내 등 4명이 범행 13년 만에 덜미를 잡혔다. 경북경찰청이 지난해 9월 미제 전담 수사팀을 만든 뒤 처음으로 얻은 성과다.

2003년 2월 23일 오전 1시 40분쯤.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A(당시 54세) 씨가 의성 다인면의 한 마을 진입로에서 차에 치였고 결국 세상을 떠났다. 사건 발생 당시 경찰은 뺑소니 사고로 보고 수사했으나 범인을 잡지 못했다. 주변에 CCTV가 없어 뺑소니 차를 찾을 수 없었다. 게다가 A씨가 평소 술에 취하면 자주 걸어 다니고, 시신이 발견된 지점도 언덕 내리막길이어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컸다.

A씨 죽음으로 부인 B(65세, 당시 52세) 씨는 2000년 1월과 10월 자신이 수익자로 가입한 2개 보험 상품 등을 통해 3곳의 보험사에서 5억2천만원을 받았다. 그리고 이 사건은 2013년으로 공소시효가 끝났다. 뺑소니 사건은 공소시효가 10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4일 금융감독원에 거액의 보험금을 노린 뺑소니 사고가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A씨의 죽음과 연관된 이가 우연히 뱉은 말을 지인이 금감원에 제보한 것.

제보를 넘겨받은 경찰은 A씨의 죽음이 뺑소니 사고가 아니라 살인사건이라고 보고 수사에 나섰다. 6개월에 걸쳐 보험금 지급내역을 확인하는 한편 계좌를 분석하고 주변 인물을 탐문하자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13년 전, 평소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B씨는 자신의 여동생 C(52세, 당시 39세) 씨에게 남편을 죽여달라고 수 차례 부탁했다. 평소 남편에게 맞기도 했고 그냥 싫었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C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D씨와 공모해 다른 사람을 시켜 형부를 살해하기로 했다. D씨는 중학교 동창인 E(56세, 당시 43세) 씨에게 보험금이 나오면 일부를 주겠다며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해 달라고 부탁했다.

E씨는 농사를 배우겠다며 사건 며칠 전부터 의도적으로 A씨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2003년 2월 22일 오후 6시쯤 A씨에게 술을 사겠다고 유인해 A씨 집에서 18㎞가량 떨어진 곳에서 술을 함께 마셨다. 그리고는 자신의 1t 트럭으로 집에 데려다준다며 A씨를 집에서 1.2㎞가량 떨어진 마을 진입로에 내려줬다. 잠시 후 그는 내리막길로 걸어내려가는 A씨를 치고 달아났다.

사람을 죽인 대가로 E씨는 10개월에 걸쳐 모두 4천500만원을 받았다. 또 B씨 여동생 C씨와 D씨는 2억7천500만원을 나눠 가졌다.

B씨의 여동생 C씨는 한때 보험설계사로 일한 적이 있었는데, 휴일 야간에 발생한 무보험'뺑소니 사망사고는 보험금이 더 많이 지급된다는 사실을 알고 이들은 토'일요일을 범행 일자로 택했다.

경북경찰청 미제수사팀은 3일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남편을 청부 살해한 혐의로 B씨를, 교통사고를 공모하고 가담한 혐의로 B씨의 여동생 C씨와 D씨, E씨 등 3명도 구속했다.

한편, 사건이 벌어진 당시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는 15년이었으며, 지난해 7월 31일 이후로 공소시효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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