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도 '맑은 물' 기술, 세계로 쭉쭉 뻗어간다

하수급속처리 공법, 지닌해 물포럼 이후 참가자 관심 집중

지난해 4월 13일 경주시 '맑은 물 연구소'(당시 에코물센터). 경북도가 대구경북세계물포럼의 '산업현장 코스'로 선정한 이곳에 세계 물 전문가들이 한꺼번에 몰렸다. 물 전문가들은 에코물센터가 개발한 하수 급속처리 공법에 '원더풀'을 연발했다. 2년여의 연구개발 끝에 탄생한 이 공법은 하수처리 시설에 여러 단계의 벽으로 이뤄진 분리장치를 설치한 뒤 미세 공기방울을 이용해 하수를 급속 회전시키는 방식이다.

급속처리 공법은 그야말로 혁신적이다. 12시간 이상 걸리던 기존의 하수 처리 시간을 15분 안팎으로 대폭 줄일 수 있다. 대구경북세계물포럼 기간 터키 시장 일행을 비롯해 세계 각국 산업시찰단, 수자원공사 관계자 등 수백 명이 방문해 급속처리기술 공법에 큰 관심을 보였다. 방문객들은 기술과 운영에 관한 질문을 쏟아냈고, 베네수엘라 일행은 재방문을 통한 방송 촬영을 요청했다.

경북의 '맑은 물 기술'이 세계로 뻗고 있다. 지난해 열린 대구경북물포럼을 계기로 하수급속처리시설 공법의 해외시장 진출이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공법은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개발한 맑은 물 기술이라는 데 더욱 의미가 있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하수급속처리 기술을 녹조 제거, 상수 처리 분야에 확대 적용해 새마을세계화 사업과 연계해 물 부족에 시달리는 전 세계 국가에 보급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맑은 물 기술의 탄생

지난해 3월 경주시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녹색기술인증을 취득했다. 인증의 주인공은 경주시 에코물센터가 연구개발한 하수급속처리기술(GJ-R공법). 이 공법은 기존 하수처리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을 뿐 아니라 1천t 규모의 하수처리 시설을 기준으로 기존 건설비용의 90%를 절감할 수 있다. 하수처리 시설을 설치하는 데 필요한 부지 또한 기존의 40%에 불과해 기술과 경제성 모두 혁신적이다.

녹색기술인증은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의거해 유망 녹색기술 또는 사업을 인증하고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녹색인증을 취득할 경우 녹색산업 융자지원 확대, 판로 마케팅 지원 기술사업화 기반조성 촉진 및 시스템 구축의 혜택이 주어진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녹색기술인증 취득을 통해 하수급속처리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했고, 그해 4월 열린 세계물포럼에서 기술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앞서 경주시는 지난 2013년 6월 일일 100t 처리 규모의 모형장치를 설치해 하수급속처리기술을 집중 연구했다. 이후 2014년 3월 국내특허 3건을 취득했고, 2014년 8월에는 국제특허를 출원했다. 또 하수급속처리기술의 상용화시설 사업비(4억원)를 확보해 지난해 3월 완공, 대구경북세계물포럼 견학코스로 활용할 수 있었다.

◆적용 분야 확대

하수급속처리기술의 또 다른 장점은 다양한 분야에 확대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민간기업 기술이전을 통해 매년 50억~1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허료에 대한 경주시 수익은 매년 2억~5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세계물포럼 이후 하수급속처리기술은 녹조 제거에도 탁월한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코물센터는 세계물포럼 폐막 직후 KCC그룹의 요청에 따라 녹조 제거 실험을 진행했다. 경기도에서 녹조 물 20t을 이송해 에코물센터 하수급속처리장치의 성능을 증명했다.

KCC는 저류지 녹조 민원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처리공법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에 에코물센터에 기술자문을 요청했고, 에코물센터는 하수급속처리장치를 활용한 녹조 제거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현장 실험은 KCC그룹 연구소장 및 8명의 연구원이 참관한 가운데 이뤄졌다. 저류지의 클로로필-a 수치는 65.2㎍/L로 환경부 녹조경보 기준(25㎍/L)을 초과하는 수준이었다. 반면 하수급속처리장치 100t 처리 규모를 이용해 녹조 제거 실험을 진행한 결과 처리수의 클로로필-a는 0.0㎍/L로 불검출됐다. KCC 측은 처리 수질에 감탄을 금치 못했고, 녹조를 제거한 처리수를 공업용수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이후 에코물센터 측은 안압지 연못수를 이송해 녹조 처리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안압지 연못의 경우 클로로필-a가 19.0㎍/L였으나 급속처리수에서는 역시 0.0㎍/L로 불검출됐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전국적 관광지인 안압지의 녹조를 제거해 맑은 물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광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수급속처리기술은 상수처리에도 적용할 수 있다. 연구소는 지난해 6월 경주 덕동댐 원수를 급속처리한 뒤 경상북도 보건환경연구원에 먹는 물 수질기준 46개 항목에 대한 수질 검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일반세균 1개 항목을 제외하고 45개 항목 모두에서 음용수 적합 판정을 받았다.

급속처리 당시 먹는 물 수질 처리에 따른 소독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소독시설만 추가하면 일반세균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연구소 측은 덕동댐 실험 결과를 토대로 지표수(형산강 상류 복류수 등)를 대상으로 문제점을 보완하는 등 추가 실험을 실시해 상수 처리 적용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시장으로 간다

경북 '맑은 물 기술'의 앞으로 과제는 세계 시장 진출이다. 세계물포럼에서 확인한 가능성은 올해부터 현실화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시 상수도본부장이 경주를 방문해 '급속처리기술의 인도네시아 상수도 현장 적용을 위한 시연회'를 연 것이다.

인도네시아 일행은 지난 1월 19일 경주시 에코물센터를 방문해 급속처리기술을 견학하고 시연회에 참석했다. 이번 시연회는 급속처리 기술의 해외시장 개척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측이 1차 견학을 다녀갔고, 경주시에서 제시한 기술제안서 검토 후 2차로 실무자 현장 방문이 이뤄졌다.

이번 시연회에서는 상수처리 적용 시 기존의 덕동댐 원수와 달리 인도네시아 현장에 맞게 흙탕물 원수를 제조해 처리하는 모습을 재현했다. 또 급속처리 장치 후단에 소독 설비를 추가해 음용수에 적합한 공정을 제시했다.

인도네시아 제2의 도시인 수라바야시엔 인구 300만 명이 살고 있다. 기존 상수처리 시설의 처리수 수질 향상 및 자동화 시설 설치를 고민하던 차에 급속처리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경북도 김정일 환경자원산림국장은 "앞으로 급속처리기술의 상수 분야 진출 및 해외시장 판로를 확대하겠다"며 "우선 새마을운동 세계화와 연계해 물 부족 국가의 오염된 물을 정화하고, 음용수로 공급하는 시범화사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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