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이야기] 영화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 배우 이제훈

"보통 이런 캐릭터는 치고받고 싸움도 잘하는데 저는 그냥 엄청 맞아서 너덜너덜해져야 하더라고요. 설정 자체가 싸움을 못하는 캐릭터였죠. 아무래도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할 것 같아요.(웃음)"

배우 이제훈(32)은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액션스쿨을 다니며 훈련을 하기도 했지만 영 쓸모없었다.

"제가 액션을 제대로 선보인 적이 없어요. 혈기왕성할 때 뿜어져 나오는 뭔가를 보여 드리고 싶네요. (영화 '파수꾼'으로) 교복 입은 학창 시절을 남긴 것처럼, 나이가 들면 근육 같은 게 없어질 테니 젊었을 때 할 수 있는 모습들을 많이 남기고 싶어요."

특히 바라는 건 복싱 영화의 주인공이다. 그는 "사각의 링 안에서 어떤 룰에 의해서 충만한 에너지로 주먹을 내지르는 기운은 권투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상체를 드러내 몸을 표현할 수 있는 건 총격, 무술 액션과는 전혀 다르다. 언젠가는 할 수 있길 꿈꾼다"고 바랐다.

최근 흥행한 드라마 '시그널' 속편에도 참여하고 싶다. 팬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지켜봐 주고 관심을 가져줘야 존재하는 사람이 배우 이제훈이잖아요. 물론 PD님과 작가님, 다른 배우들이 응해야 가능한 거겠지만요.(웃음)"

이제훈은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도 흥행이 되길 바랐다. 겁 없고, 정 없고, 기억 없고, 친구도 없지만 사건 해결은 99% 성공률을 자랑하는 홍길동이 20년간 해결하지 못한 단 하나의 사건을 추적하던 중 거대 조직 광은회의 충격적 실체를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인 이 영화는 이제훈이 군 전역 후 처음 참여한 작품이기도 하거니와 영화 '늑대 소년'을 흥행시킨 조성희 감독의 신작으로 기대감이 크다.

이제훈이 독특한 스타일의 영화에 참여한 이유는 감독 때문이다. 그는 "조 감독님의 전작 '남매의 집' '짐승의 끝'을 보면 우울하기도 하고 어둡고 음침한 세계가 그려진다"며 "그런 상황을 그린 감독이 하려고 하는 한국적인 히어로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무척이나 자극했다"고 회상했다.

조 감독은 '늑대 소년'에서 송중기를 발가벗긴 바 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뜨기 전이다. 혹시 걱정이 되진 않았을까. "약간요.(웃음) 홍길동이 좋은 면모를 갖고 있는 캐릭터는 아니거든요. 잔인하고 무섭기까지 한 사이코패스적인 사람이라 곁에 가고 싶지 않을 텐데 그래도 다행히 우리 편이 더 나쁜 놈을 잡아준다는 설정이니 흥미로웠고 괜찮았어요."

로맨스가 없는 건 아쉬워하는 눈치다. 이제훈은 "슈퍼맨에게는 로이스가 있고 배트맨에게는 레이첼이 있는데 길동이에게는 없더라"며 "이것 역시 다음을 기대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실제 현실의 연애에 대해서는 "인연을 만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며 "주위 사람들에게 어필하고는 있는데 다들 부담스러워하시더라"고 웃었다.

군대를 다녀온 소감도 물었다. "정말 바쁘게 일하고 입대했는데 걸어온 길을 돌아봤어요. 앞으로의 방향성을 정립하게 됐죠. '대중이 나를 잊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있었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좋은 작품으로 좋은 연기를 선보이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한 작품 한 작품 너무 소중해요. 천천히 스텝을 밟아가야죠."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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