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대구 북구 경북대어린이병원 병원학교. 교실 안에 둘러앉은 학생들이 저마다 악기를 들고 합주를 시작했다. 김유현(가명'12) 군이 기타 코드를 연주하자 맞은 편에 앉은 윤효연(45) 교사가 가락을 짚었다. 그 사이에 앉은 안민호(31) 음악 강사는 기타 연주에 맞춰 아프리카 전통악기인 젬베를 두드렸다. 가수 김광석이 부른 '광야에서'가 부드러운 선율을 타고 작은 교실 안을 가득 채웠다.
김 군은 초등학교 2학년 때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친구들이 학교에 다닐 동안 김 군은 병원에서 집중치료를 받았고, 지금은 집과 병원을 오가며 병을 이겨내고 있다. 병원학교에 다니며 기타를 배운 김 군은 오는 21일 중구 김광석 거리의 야외공연장에서도 연주할 계획이다. 김 군은 "공연 생각만 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했다.
병원학교는 김 군처럼 소아암이나 각종 만성질환으로 장기간 입원 또는 통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다. 중증 어린이 환자는 면역력이 낮아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소아암 환자들은 집중치료에만 9~12개월이 걸리고, 이후 2, 3년은 유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 기간에 일반 학교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지난 2008년 문을 연 경북대어린이병원 병원학교는 대구에서 비장애인 학생들이 다니는 유일한 병원학교다. 이곳에는 유치원생부터 고교생까지 20여 명의 아이가 다니고 있다. 대구시교육청과 경북대병원이 모두 3천만원을 운영비로 내고, 공립 특수학교인 대구세명학교에서 교사를 파견한다. 올 들어서는 정식 교육과정은 아니지만 장기 치료를 받고 있는 6, 7세 아동들을 위해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유치부도 운영 중이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정규 교과 수업을 듣고 각종 체험 학습을 한다. 치료 때문에 뒤처질 수 있는 학습 과정도 따라잡고, 장기간 치료로 지친 아이들의 마음도 달랜다. 지난해부터 파견 근무 중인 윤 교사는 "병실에서는 무기력하게 있던 아이들이 수업 시간만 되면 활기차게 변한다"고 했다. 음악 강사 안 씨도 "어두운 표정으로 말이 없던 아이들이 음악 수업을 들으면 표정이 밝아지고 말수도 늘어난다"면서 "아이들을 위한 '음악치료'인 셈"이라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종이접기나 요리, 음악 수업 등 프로그램이 다양해 아픈 아이들이 수업 시간을 외우고 교실까지 뛰어갈 정도로 좋아한다"면서 "다만 유아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식 교육과정이 유치부까지 확대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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