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A씨는 한 달 전 대구 한 클럽에서 만난 남성 B(32) 씨와 술을 마시다 정신을 잃었다. A씨는 5시간 후 모텔에서 깨어났고, 지갑도 사라진 채였다. B씨가 술에 수면유도제를 타 A씨에게 먹였던 것. A씨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B씨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회사 선배 C씨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도용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졸피뎀, 디아제팜 등 수면유도제 540여 알을 처방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C씨와 병원은 5년간이나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병'의원에서 타인 이름으로 의약품을 처방받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처방받은 약을 범죄에 악용하거나 과다 투여하는 등의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나온다.
1998년 국민 편익 증진을 이유로 의료기관의 본인 확인 의무가 사라지면서 건강보험 명의 도용 문제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4년까지 건강보험 대여'도용으로 적발된 건수는 7천646건에 이른다.
병원에서는 이름과 주민번호만 대면 진료와 처방을 받을 수 있다. 가입자가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서 자신이 진료받은 내용을 확인하기 전에는 병원과 가입자가 명의 도용 사실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 이 때문에 실제 명의 도용은 적발 건수를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이를 악용한 범죄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불면증과 불안 증세 등에 쓰이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받아 B씨처럼 범행에 이용하거나 스스로 과다 복용하는 경우가 적잖다. 지난해 1월 경북 구미에서 30대 여성이 13명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 2011년부터 4년 동안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함유된 수면제를 99회에 걸쳐 1천718정을 처방받아 과다 투약하다 경찰에게 붙잡히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에 발의된 '본인 확인 의무화' 법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으며, 본인확인이 가능한 '전자건강보험증'도 개인정보 침해 우려로 도입이 지체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건강보험 명의 도용은 범행에 악용될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부정수급 문제로 이어지는 등 현행 체계는 문제가 많아 개선이 시급하다"며 "병'의원에서 환자 신분증 확인 등 기본적인 절차를 지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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