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혼자 밥 먹는다, 그래도 행복하다!…1인가구·1세대 가구

남녀의 혼인에 기반한 가족 형태 감소

'혼밥(혼자 밥을 먹는)식당'에서 칸막이가 쳐진 독립공간에 앉은 혼밥족이 점심을 먹고 있다.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다양한 영역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연합뉴스

가족은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제도다. 하지만 남녀의 혼인을 기반으로 하는 가족은 그 형태나 범위에서 수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최근에는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가 대표적이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1인 가구가 가족의 일반적 형태가 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1인 가구와 마찬가지로 1세대 가구(부부 가구)도 증가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결혼 산업은 사양산업"

대구에서 웨딩 스튜디오를 20년 넘게 운영해온 김대현(45) 씨는 "결혼산업은 이미 사양산업"이라고 푸념했다. 업체 간 치열한 경쟁 탓도 있지만 백년가약을 맺는 커플이 해마다 줄어드는 것을 피부로 느끼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구의 혼인율은 전국 대도시 중에서도 최저 수준이다.

이 같은 추세는 1인 가구의 급증으로 이어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대구의 1인 가구는 23만1천670가구로 2000년 10만9천874가구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1인 가구의 비중 역시 14.24%에서 25.32%로 확대됐다. 대구의 1인 가구는 2030년 31만780가구에 이르러 전체 98만3천429가구의 31.6%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혼자 산다고 해서 다 같은 싱글은 아니다. 그 배경은 제각각이다. 자발적 선택으로 '화려한 솔로'를 선택한 골드족이 있는가 하면 이른바 'N포세대'로 불리는 취업준비생'비정규직 근로자들도 있다. 또 가족을 해외에 보낸 '기러기 아빠'나 이혼자, 남녀 평균수명 차이에 따라 불가피하게 혼자 남은 실버세대 등도 포함된다.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골드족을 제외한 대부분의 1인 가구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중순(62) 계명대 한국문화정보학과 교수는 "사회적으로 가족'가정의 개념이 바뀌고 있는데 자칫 내 가족 중심의 '가족 이기주의'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며 "가정의 전통적 가치가 공동체로 확산되어야 더불어 사는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나홀로족이 만드는 풍속도

대구 중구는 올 1월부터 주민들에게 최소량 규격인 3ℓ짜리 쓰레기종량제 봉투를 판매하고 있다. 다른 기초자치단체들도 단계적으로 보급할 예정이다.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1인 가구의 증가가 주된 원인으로, 3ℓ 종량제 봉투 보급은 대구가 처음이다.

1인 가구의 보편화에 따른 '상식 파괴'는 이뿐만이 아니다. 대형마트에서는 손빨래용 세제인 빨랫비누 매출이 오히려 증가 추세를 보여 눈길을 끈다. 이마트가 지난해 세탁 세제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체 세탁 세제 매출은 전년 대비 8% 줄었지만 빨랫비누는 2% 늘었다. 가구 구성원 감소로 빨래 양이 줄어들면서 양말이나 속옷 등 작은 빨래를 그때그때 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일은 큼지막한 게 맛있고 품질이 좋다는 인식도 바뀌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집에서 먹는 사과'배의 경우 중간 이하 크기 과일에 대한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상품성이 떨어져 하품 취급을 받던 작은 과일이 남김없이 먹을 수 있다는 이유로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시대인 셈이다.

논어에 나오는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가운데 반드시 나의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있다'(三人行 必有我師)란 격언도 그야말로 옛말이 될지 모른다. '나홀로 여행족'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서영학(53) 내일투어 대구지사장은 "싱글 베드를 제공하는 나홀로족 특화 여행상품을 찾는 고객이 전체 여행객의 20%쯤 된다"며 "미혼 직장인 사이에서는 혼자 마음 편하게 여행하고 셀카 사진을 개인 블로그에 올리는 게 유행"이라고 귀띔했다.

◆결혼도 출산도 않는 나라?

전통적 결혼을 통해 새로운 가정이 만들어지고, 다시 그 가정의 2세들이 사회를 이어나가던 시스템이 계속 유지될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최근 미혼(未婚)이 아닌 비혼(非婚)을 선언하는 싱글족이 부쩍 늘어나면서다. 두 단어의 개념적 차이는 결혼을 받아들이는 태도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가 블로그와 트위터를 분석한 결과 '비혼'의 언급량은 지난해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해 2011년에 비해 5배 이상 늘었다. 결혼이나 연애에 특별히 관심이 없는 '초식남' '싱글족'에 대한 언급도 덩달아 많아져 달라진 세태를 반영했다. 특히 결혼 관련 감성어로 1위를 지켜온 '사랑'의 언급량이 줄어든 반면 '현실적' '스트레스' '경제적' 같은 부정적 감성어가 자주 쓰이고 있다.

직장인 강모(32) 씨 역시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2년 동안 사귄 여자 친구(29)와 지난해부터 동거 중이다. 물론 혼인 신고도 하지 않았고, 출산 계획도 없다. 생활비는 공동으로 내지만 자산 관리는 각자 알아서 한다. 강 씨는 "결혼이란 제도 자체에 얽매이지 않고 싶다"며 "친구들도 결혼을 할지는 몰라도 애는 낳지 않겠다고 말하곤 한다"고 전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국민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중'고교생 52.6%는 '결혼을 하지 않아도 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3.7%는 '공부나 일을 위해서 결혼을 안 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이처럼 응답한 비율은 여학생, 고학년일수록 높았다. 보고서는 "청소년 사이에 결혼을 의무가 아닌 선택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확산돼 있다"며 "만혼화 현상이 더 고착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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