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한 20대 국회의원선거가 끝이 났다. 대구에서도 30년 만에 처음으로 새로운 정치지형을 맞이했고, 그 후유증이 우리 노인 세대들에서도 나타난다. 많은 노인들이 모이기만 하면 누군가를 비방하는 말부터 꺼낸다. 그런데 남을 헐뜯고 나무라서 얻어지는 것이 무엇인가? 남을 비판하면 내가 더 나아지는가?
우리 노인들은 대안 없는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른의 역할을 한번 제대로 해 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좋았던 '젊은 시절'만을 들먹이며 보내기엔 너무나 많은 시간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4년 전 필자는 '전국 일하는 노인연합회' 회장 자격으로, 대구인터불고 호텔에서 400여 명의 전국 일하는 노인 지도자가 모인 자리에서 '신노인운동'을 주창한 바 있다. 신노인운동이란 우리 노인들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에 의존하는 시혜받는 대상에서 과감히 벗어나자고 하는 운동이다. 일과 적극적인 사회 참여로 삶의 보람을 찾자는 운동이다. 나아가 고령화 사회에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함으로써 활력 있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우리 노인들이 먼저 앞장서자는 취지로 제안한 것이다.
신노인운동은 노인들이 더 이상 뒷방 늙은이로 살지 말자는 각성이기도 하다. 노인이라고 해서 당연히 대접받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젊은이들이 우리를 부르는 호칭이 '노인'이 아니라 '어르신'이 되도록 하자는 운동이다.
그렇게 하는 일은 아주 쉽다. 노인이 먼저 작은 일부터 적극적으로 솔선수범하면 된다. 예를 들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먼저 자리 양보하기, 휴지 먼저 줍기, 젊은이들이 담배꽁초 버리면 나무라기에 앞서 먼저 줍기, 먼저 인사하기, 먼저 웃기 등등 수없이 많다.
출근길 범어네거리 신호 대기 중 있었던 일이다. 내 옆 차로 한 젊은이가 담배꽁초를 끄지 않고 내 차 옆으로 획 던졌다. 화가 난 나는 차창을 내리고 손짓으로 꽁초를 향하면서 항의를 했다. 신호가 바뀌고 법원 근방에 왔을 때, 그 청년의 차가 내 차 앞에서 급정거를 하면서, 험악한 얼굴로 내리라 한다. 참으로 황당했다. 며칠 후 같은 상황이 같은 장소에서 일어났다. 이번에는 겁이 나서 그랬는지, 나는 차에서 내려 그 꽁초를 주워 불을 끄면서 내 차로 말없이 들고 돌아왔다. 옆 차를 힐끗 봤다. 참으로 예상외의 상황이 일어났다.
꽁초를 버린 청년이 나를 향해 양손으로 경례하면서 죄송하다는 신호로 굽실굽실 절을 하는 게 아닌가! 뒤에서 경적 소리가 났다. 백미러로 보니 내 차 뒤에 줄지어 있는 차 서너 대가 엄지손을 내밀며 최고라고 흔들어 댄다. 순간. 아! 바로 이거구나! 하며 크게 깨달았다. 꾸지람보다 먼저 솔선수범하는 것이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가를!
아프리카 속담에 "노인 한 사람이 사라지면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고 했다. 노인의 경험이 그만큼 중요하다. 우리 모두가 자신의 경험과 재능을 기부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해 보자. 사회와 젊은이들로부터 도움을 받는 노인이 아니라, 먼저 모범을 보이면서 사회에 도움이 되고,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르신으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자는 운동이 바로 신노인운동이다.
이런 관점에서 최고의 노인 복지가 금전적 지원이 아니라 노인들의 경험과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이란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돈으로 노인 복지를 해결하는 데는 재정적으로 한계가 있다. 우리도 노인 일자리 창출로 노인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 신노인운동이 전국으로 번져나갈 수 있도록 언론과 사회에서도 강력한 홍보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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