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에 열린 노동당대회에 양복을 입고 나타나 '책임감 있는 핵보유국'을 선언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바라보는 중국 측의 시선은 복잡하다.
일부 전문가는 김정은이 부친의 '선군(先軍)정치'를 '선핵(先核)정치'로 더욱 구체화했다고 분석하는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북한이 드디어 경제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신호를 발신한 것이라는 해석도 동시에 제기된다.
중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정하오(鄭浩)는 7일 홍콩 봉황(鳳凰)위성TV에 출연, 김정은이 당대회 개막식 연설에서 '수소탄' 등을 업적으로 내세운 데 대해 "'선군정치'를 '선핵정치'로 구체화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김정은은 한반도 안보 상황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고 인식했다"며 이번 당대회를 계기로 핵무기 개발은 북한의 국방무기 개발에서 핵심에 놓이게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중국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장롄구이 교수 역시 비슷한 관측을 내놨다. 그는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개막사는 북한이 이미 핵보유국이 됐다는 점을 재강조한 것"이라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추가 핵실험들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북한이 차기 미 대통령에 대해서는 관계 개선 시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의 핵보유국 발언에 대한 중국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블로거 '돤쥐'(段擧)는 김정은이 '핵비확산'을 말하면서 '핵보유국'을 강조한 데 대해 "표리부동하다", "철두철미한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관련 기사에 단 댓글에서 "그의 논리는 결국 북한이 핵보유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이는 세계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후생가외'(後生可畏'나중에 온 자가 더욱 무섭다)라는 '논어' 구절로 김정일-김정은 부자의 강경노선을 꼬집었다.
그러나 김정은이 이번 대회에 양복과 넥타이를 착용하고 나타난 점에 주목하는 중국 전문가들도 있다. 가오전둥(高振東)이라는 이름의 한 블로거는 '강국망'(强國網)이라는 사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김정은의 복장은 이번 회의에서 가장 특이한 점이라며 '군사긴장 이완', '점진적 체제 변화', '경제로의 초점 전환'의 신호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마저 지원을 포기한 상황에서 북한 지도자들이 스스로의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블로거는 또 "김정은의 양복 복장은 분명히 논의를 통해 선택된 것"으로 대외적으로는 개혁개방, 경제발전 이미지를 드러내고, 대내적으로는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관영 영자지를 제외한 중국의 주류 언론들은 북한의 이번 당대회에 대해 별다른 논평이나 분석기사를 내놓지 않고 있어 중국 당국이 보도통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북한정치 문제 등의 민감한 보도에 대해서는 종종 보도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해오고 있다.
신화통신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인용, 김정은이 사업총화 보고에서 책임있는 핵보유국으로서 핵비확산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하며 발언 전문을 소개했지만 별다른 논평이나 분석은 곁들이지 않았다.
한편,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7일 중국공산당이 북한에 당대회 축전을 보낸 사실을 1면 상단에 게재하고, 당대회 개막 소식도 3면 지면을 통해 비중있게 보도한 사실이 확인돼 중국이 북중 관계 개선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역시 중국공산당의 축전 발송 소식을 같은 날 지면을 통해 소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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