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하랬더니 협박부터 먼저, 금물
巨野가 수권하려면 나라부터 살려야
정권 발목 잡는 행태 절대 용납 안 돼
총선 후, 야당은 국민의 심판대에 서 있다. 지난 총선에서 집권 여당의 돼먹지 못한 공천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등 지도부의 '뻘짓' 탓에 지난 4년 내내 국회선진화법을 방패 삼아 국정의 발목만 잡고도, 그에 대한 심판은 감쪽같이 묻혔다. 171석(새누리당 122석과 여당 성향 무소속 7석 당선자 제외)을 얼떨결에 쥐게 된 거야(巨野)가 과연 수권(受權)할 깜냥이 되는지 유권자는 지켜보고 있다.
야당의 집권 능력에 대한 판단 기준은 내년 12월에 있을 대선 전까지 현 정부와 얼마나 협치(協治)를 통해 경제와 안보, 법과 도덕성의 복합 위기를 극복하고 나라를 살려내는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런데 협치를 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슬금슬금 무시하려 들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언론 인터뷰에서 "박근혜정부의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당선자(경기 남양주갑, 대구 성광고 졸업)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 하나씩 터뜨리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꺼내 들어 물의를 빚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 당선자를 '청와대 저격수'로 데려온 것 아니냐는 우려를 떠올리게 한다. 운동권 세력으로 제1당의 원내를 책임지는 역할을 맡게 된 기록을 세우게 된 우상호 원내대표는 여론이 따갑게 일자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를 주문한 것이라고 한 발 뺐다.
이뿐만 아니다. 거야를 이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세월호특별법 개정과 교과서 국정화 반대, 테러방지법 폐기도 내걸었다.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서는 조순 전 부총리가 현 정부가 가장 잘한 정책으로 평가했다. 조 전 부총리는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편찬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이지만, 많은 학생들이 남한이 북한을 먼저 쳐들어갔다고 믿고 있는 현실에서 불가피한 조치라고 판단하고 있다.
강철수로 거듭난 안철수 의원도 성급한 교육부 폐지를 들고 나와 혼선을 일으켰다. 국민의당 군기반장을 자임하고 있는 박지원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하는 것을 봐 가며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새누리당에 줄 수도 있다고 거들먹거렸다.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사전 조율도 없이 터져 나왔다.
대선까지 20개월, 차기 대권주자와 배턴터치하기까지 22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국회의장은 더불어민주당보다 비록 1석 적은 제2당이기는 하지만 집권 여당에 주는 것이 순리이다. DJ 때도 그랬다. 까딱 잘못하면 '진보가 정권 잡으면 나라를 말아먹을지 모른다'는 세간의 우려를 씻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수권의 꿈을 접어야 할 것이다.
야당이 정권을 가져가기 위해서 현 정부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얄팍한 속셈은 일찌감치 버리는 것이 좋다. 이미 유권자들은 야당의 발목 잡기뿐 아니라, 거야의 눈치를 보는 공직자들조차 가만히 엎드려서 복지안동하는 풍조가 없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개콘식 유머로 조선반도에서 단군 할아버지가 나라를 세울 때부터 세계 일등을 하라고 명시한 것이나 다름없는 조선업이 지옥을 헤매고 있는데 구조조정을 돕지 않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할 기업인들의 사기를 꺾는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고, 멀쩡히 국비를 받고도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전국 대부분 진보 교육감들의 정략적 비협조에 대해 당장 멈추라고 압박하지 않는다면 내년 대선은 꿈꾸지 말아야 한다.
협치를 잘하는 것이 야당이 국민들로부터 인정받는 첩경이다.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외면한 채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 않는 야당에 대해서 국민은 이번 총선처럼 심판의 손끝을 감추고 있을지도 모른다. 협치와 정도(正道) 대신 꼼수를 부린다면 야당은 영원한 2등을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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