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는 불안감이 상존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다른 전형보다 예측이 어렵고, 학생부 교과/비교과가 잘 갖추어졌다 하더라도 세부적인 평가가 어떻게 될지 가늠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를 쓰는 데도 시간이 많이 든다. 대학은 자기소개서에 학교에서 생활한 과정을 진솔하게 보여 달라고 하지만 준비하는 학생들의 심리적 압박감은 상상 이상이다. 세심한 준비과정을 거쳐도 단계별 전형의 경우, 1단계를 통과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동안에 수능도 착실히 준비해야 하니 늘 마음이 불안 할 수밖에 없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정성평가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말이다. 학생부 교과/비교과, 자기소개서, 추천서, 학교프로파일 등을 보고 그 과정과 질적 수준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정성평가의 세부 기준과 내용은 대학이 공개하고 있지 않다. 이러다 보니 비슷한 내신과 비교과를 가지고도 같은 대학에 A는 합격하고 B는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무엇이 이를 가르는 기준이었을까. 미세한 판단 근거로 그 둘을 갈랐을 텐데, 그 근거를 찾기 어렵고, 쉽게 예단할 수도 없다.
3학년 1학기가 끝날 때쯤, 이 전형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자기소개서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붓고, 묻는다. '1단계 통과할 수 있을까요?' '통과할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지, 지켜보자.' '면접은 볼 수 있을까요.' '잘 될 거야, 얼마나 힘들게 준비했는데.' '노력한 과정을 알아줄까요.' '널 참한 인재로 볼 거다.' '면접 준비할까요?' '기다려 보자' '내신이 마음에 걸려요.' '희망이 있다.' '가능성이 얼마쯤 될 것 같아요.' '모양 빠지게 쫄지 마라.' 이 의례적인 대답을 듣는 학생의 심정은 어떨까? 될 수 있다는 쪽으로 위안을 삼고 싶지만 불안하다. 3년 과정을 평가하는 불확실성 앞에서, 힘내란 말로 위로하고 희망고문을 끝낸다.
불안을 강조하다 보니 학생부종합전형이 가져 온 긍정적인 변화를 말하지 않았다. 이 전형이 가져다준 변화는 수업 방법의 외연 확대, 아이들의 활발한 활동이다. 선생님들의 수업방법에 대해 진지한 고민은 토론, 글쓰기, 실험, 독서 등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되어 학생의 창의력과 인성을 키우는 쪽으로 작용한다. 자기주도 학습이라는 말도 실질에 부합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워 지식 복제에서 지식 생성으로, 개인에서 협동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변화가 봄바람처럼 불기 시작했다. 수업 외에도 학생의 잠재능력을 개발할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그를 통해 지적역량과 인성이 길러진다. 활동 내용은 생활기록부에 착실하게 기록되고 학생부종합전형의 토대가 된다.
바야흐로 학생부종합전형이 대세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2018학년도 대입 전형에서 상위권 대학들이 앞다퉈 이 전형의 확대를 발표하고 있고, 이미 학생부종합전형을 수시 중심전형으로 설계한 서울대, 포스텍(포항공대) 등이 77∼100%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이 앞에 설 학생들은 잘 준비되고 있는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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