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양희창의 에세이 산책] 진정 푸른 5월이었으면

"마누라하고 어린이날 대판 싸웠어요. 집에 가만있자고 했는데 기어이 아이하고 어디라도 가야 한다고 해서 나왔다가 고속도로에 갇혀서 길바닥에서 어린이날 행사했어요. 애는 찡찡거리고, 그냥 용돈 주면 집에서 게임하며 좋아하는데 차 막히는 거 뻔히 알면서 왜 나가려고 하는지." "그게 왜 마누라 탓이야? 돈으로 때울 생각한 당신이 잘못한 거지. 미리 계획을 세워 놓았으면 좋았잖아."

"그건 그래요. 의무감 때문인지 오월은 정말 피곤해요. 안 그래도 경제적으로 힘들어 죽겠는데 도대체 얼마를 써야 할지 계산하게 되고, 고마워하자고 만든 날에 오히려 짜증이 나요. 아이고, 다음 주는 또 스승의날이네요. 별로 존경하는 스승도 떠오르질 않는데 괜히 신경 쓰이는 건 뭔지."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월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하지만 마음이 전달되지 못하는 오월은 결코 푸르지 못한 거 같다. 어떻게 친아들을 굶기고 때릴 수 있을까, 짐승도 제 새끼는 건사하는데 아이를 학대하다 못해 죽이기까지 할까? 푸르지 못한 하늘 아래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걸 우린 알고는 있는 걸까?

자신이 스스로 세상의 어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게다가 똘똘 뭉쳐서 어버이연합이란다. 겨우 하는 일이 돈 받고 데모하는 거라면 정말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세상의 어버이들이 다 그렇진 않다. 불필요한 일에 연합할 게 아니라 성찰하며 고백할 일이다. '우리가 정말 아이들을 잘 키웠나? 아이들이 살고 싶은 세상을 만들었나?'

4월은 아이들을 물속에서 죽게 한 세월호 사건으로 마음이 아팠는데, 5월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유독한 물 먹고 죽은 아이들 생각하며 연이어 분통이 터진다. 도대체 어른들은 돈밖에 보이지 않는 걸까? 따지고 보면 다 내 자식인데 어찌 해로운 걸 알면서도 팔아먹을 수가 있을까? 그리고 국가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몇 년 동안이나 수수방관하고 뒷짐 지고 있는 게 과연 정부일까?

어버이가 된다는 게 참으로 무겁기만 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힘을 내야 할 것 같다. 5월은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부모를 생각하면서 내가 잘살아가고 있는지 깊이 생각하는 날들이어야 할 것 같다. 정말 아이가 아이 같고 어른이 부모 같은 세상이 되도록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아야 할 것 같다.

잔인한 4월에 이어 여전히 잔인한 5월이라면 이건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그래, 씩씩하게 15일은 세상의 스승을 맞이하고 5'18민주화운동기념일을 넘어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자. 푸른 5월을 살고자 했던 훌륭한 어버이들을 생각하며, 또 부족하지만 우리도 진정한 어버이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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