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3대 신임 대구미술관장에게 거는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다. 지역의 공공미술관은 그 지역미술 발전의 중심축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함에도 현재까지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구미술관보다는 오히려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중심 위치에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사실 그간에 매우 정열적인 전시가 이루어지긴 했다. 하지만 편견된 시각에 의한 작가 선정, 전시효과만 노린 전시형태, 지역미술 정체성 살리기의 역부족, 불충실한 전시해설 등 전문기관다운 면모가 결여되었다는 평가가 끊이지 않았다. 일각에서 말하는 관장이 외지인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결코 이유가 못된다.
그렇다면 이번 신임 관장은 무엇보다도 미술관 운영의 원점을 대구미술의 깊은 역사성에서 찾아야 한다. 탄탄한 대구미술 100년 역사를 뿌리부터 제대로 파악한 진정한 이해자(理解者)여야 한다. 그런 이해자가 된다면 현재의 대구미술 전체의 모습을 알게 될 것이고, 대구미술의 현주소를 알게 되면 그것을 어떻게 미래가치로 살릴 수 있을까 정답도 얻게 될 것이다. 이런 관장이야말로 지역 미술인뿐만 아니라 시민 모두가 기대하는 바일 것이다.
대구미술은 그 역사성부터 타 지역과 크게 차별화되고, 그것이 최대 강점이다. 특히 미술문화에서 우리나라 어느 지역보다도 특출한 지역이다. 그 시작부터 눈부시다. 시인 이상화의 친형 이상정, 화가 이쾌대의 친형 이여성, 석재 서병오 등 기라성 같은 민족주의자들이 일으킨 예술문화이다. 수묵화와 유사한 수채화, 사군화가 대구미술의 얼굴로 자리 잡게 된 것도 그들의 고고한 선비의식에 기인한 것이다. 또한 최계복, 안월산, 구왕삼 같은 분들이 대구사진을 한국의 중심 반열로 올려놓았다. 거기에다 소위 대구정신(大邱精神)이라고 할 고귀한 이념적 실체가 대구미술 속에 녹아있다. 이런 어마어마한 보석이 바로 대구미술에 있다. 그래서 연구가치면에서도 보물창고와 같아서 한국미술의 중심위치에 있다.
솔직히 그간의 대구미술관에서는 이런 지역미술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대구미술의 역사를 모르니, 현재의 지역 미술상황에 대해 이해가 미치지 않는다. 그 단적인 예가 대구미술에는 선비정신에 뿌리를 둔 정감 어린 자연주의적 표현이 두터운 작가층을 이루고 있음에도, 그 특성은 무시된 채 전시나 작품수집은 소위 '현대미술' 쪽에만 치우쳤던 것이다. 지역미술의 역사를 알면 전체를 균형 있게 보아야 된다는 시각이 얻어진다.
신임 관장이 지역미술의 역사와 특수성에 대한 진정한 이해자가 된다면, 한국미술 역사에서 중심 위치에 있는 대구미술의 전시주제들을 활발하게 기획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향토회, 그 역사적 의미' '74, 현대미술제 다시보기' '대구의 파격(破格) 화가들'처럼 대구만의 자랑이자 특수성을 가진 전시주제는 얼마든지 있다. 거기에다 회화뿐만 아니라 사군자화나 사진의 전시도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 외지미술 소개에 있어서도 우리들이 절절히 보고 싶은 '한중일 전통화(서예, 사진 등) 비교전' '영호남 비구상 중심작가 비교전' 같은 기획전은 그 얼마나 가치 있는 전시일까.
대구미술에 대한 연구활동에서도 지역의 공공미술관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원래 미술관은 미술경영 기관이 아니라 미술 전문 연구기관이다. 그런 기능이 미흡했기 때문에 영남미술학회에서 그 일을 대신 담당해왔던 것이다. 전시 기획력은 미술관 근무경험이나 아이디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미술연구의 깊이에서 나온다는 것은 미술전문 연구가들에게는 상식으로 통한다. 대구미술관의 변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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