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엘리트 체육 겨우 30%"…새로운 도민체전 고민해야

제54회 경북도민체전, 안동서 바가지성 물가·불친절 눈살

제54회 경북도민체전 시
제54회 경북도민체전 시'군부에서 1~3위를 차지한 포항'구미'안동시.
칠곡
칠곡'울진'성주군 선수단 대표들이 시상식 후 포즈를 취했다. 경북체육회 제공

경상북도 체육인들의 경쟁 장이자 경북도민들의 화합 잔치인 제54회 경북도민체육대회는 예년 대회에 비해 초라했다.

신도청 소재지에서 처음 열린 도민체전이란 큰 의미를 담고 있었지만 엘리트와 생활체육 단체가 통합되는 과정에서 치러진 대회라 어수선함을 피할 수 없었다. 최근 통합 단체로 출범한 경북체육회는 조직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예전 같은 활력을 보이지 못했다.

또 권영세 안동시장이 대회 개막을 앞두고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개최지인 안동시는 잔뜩 위축된 상태로 대회를 준비했다. 안동시는 타 시'군에서 열린 대회보다 더 성공적으로 체전을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대회 홍보에도 인색했다. 바가지성 물가와 불친절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았다.

공무원 등 안동시민들의 의식수준에도 아쉬움이 있었다. 신도청 소재지에 산다는 높은 자부심에 비해 손님을 맞는 배려는 전체적으로 부족했다.

이번 대회는 무엇보다 급속도로 변하는 체육 환경에 따른 도민체전의 근본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매년 도민체전이 끝나면 경북체육회는 위원회를 구성, 도민체전의 개선 방안을 찾았지만 시늉에 그쳤다. 체육인들끼리 앉아 매년 비슷한 얘기로 주어진 밥그릇만 챙기려 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기간 경상북도 체육 업무 관계자는 의미 있는 말을 했다. 그는 "현재 도민체전은 엘리트 체육의 비중이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사실상 생활체육 대회"라고 했다. 도민체전이 엘리트 체육 대회로서의 기능을 상실했음을 꼬집은 것이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는 경북 출신의 스타플레이어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타 시'도 출신의 용병 선수 몇 명이 보일 뿐이었다.

경북도는 유명무실해진 도민체전의 한계를 비교적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지금까지 제대로 대회를 개선하지 않은 데 있다.

경북도는 도민체전과 함께 매년 경상북도 생활체육대축전을 개최해왔다. 올해도 생활체육대축전은 열린다. 비슷한 성격의 대회가 중복해서 열리는 셈이다.

도민체전과 생활체육대축전은 이르면 내년부터 통합해 열린 전망이다. 통합 경북체육회가 출범한 만큼 더는 이를 피할 수 없다. 1963년 시작된 역사성과 규모로 볼 때 도민체전이란 이름은 살리고, '도민 화합'에 중점을 둔 생활체육대회로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도민체전 예산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개회식 공연 축소, 타 시'도 선수 영입에 따른 과열 경쟁 방지, 엘리트 종목의 특화를 통한 경기력 향상, 신기록을 낸 지역 유망주에 대한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 군 지역으로의 개최지 확대 등이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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