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핵과 가난

전 세계 핵무기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1970년 발효된 핵확산금지조약(NPT)이 인정하는 핵보유국은 미국과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다섯 나라뿐이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1967년 이전에 핵실험을 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들이라는 것이다.

NPT는 1970년대 이후 핵실험에 나선 국가들을 공식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대표적이다. 두 나라의 뒤늦은 핵실험은 전쟁 공포 탓이 컸다. 선수를 친 것은 인도였다. 인도는 중국과 1962년 국경을 두고 전쟁을 경험했다. 그런 중국이 1964년 핵실험을 하자, 인도도 이에 뒤질세라 핵 개발에 나섰다. 그리고 10년 뒤인 1974년 핵실험을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인도와 이미 세 차례 전쟁을 치른 파키스탄이 발칵 뒤집혔다. 굶어 죽더라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쳤다. 훗날 대통령이 되어 핵 개발을 주도했던 줄피카르 알리 부토는 "만약 인도가 핵무기를 제조한다면 우리는 굶주려서 나뭇잎을 먹게 될지라도 우리들 자신의 핵무기를 가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선언은 1998년 실제 핵실험으로 이어졌다.

핵 도미노의 결과는 핵 강국이 아닌 가난이었다. 핵 개발 후 18년이 지났지만 파키스탄은 여전히 지구 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다. 경제 제재만 따랐고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얻지도 못했다. 먼저 핵실험을 했던 인도도 마찬가지다. 핵을 사용할 일도 없고 국민 빈곤은 여전하다. 오늘날 어느 나라도 파키스탄과 인도의 핵에는 관심 없고 그저 아시아 빈곤 국가의 상징으로 두 나라를 꼽을 뿐이다.

핵 강국임을 주장하는 북한에서 파키스탄을 떠올린다. 북은 이미 핵 개발 과정에서 수십만 명이 굶어 죽은 '고난의 행군'을 경험하고서도 핵에 집착하고 있다. 지금도 '또다시 풀뿌리를 먹더라도' 핵을 이고 가자는 주문이 이어진다. 그러면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수십 년 전 나뭇잎을 먹더라도 핵을 개발하겠다던 파키스탄의 데자뷔를 보는 듯하다.

남이 먼저 북을 공격할 명분도, 실익도 없다. 핵 개발로 전쟁의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쪽은 북이지 남이 아니다. 먼저 공격당할 일이 없으면 핵을 사용할 일도 없다. 핵은 그저 애물단지일 뿐이다. 쓰지도 않을 핵에 주민의 미래를 희생하는 것은 아둔하다. 그런 지도자라면 적극적으로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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