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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전국 어린이 사진전 60돌 기념 회고전](4회) 권유찬 작 '골인'(1958년)

힘껏 달렸다…"이제 공책은 내 것이다"

매일전국어린이사진전 제4회 추천 권유찬 작
매일전국어린이사진전 제4회 추천 권유찬 작 '골인'(1958년)

드넓은 운동장에는 만국기가 펄럭이고, 울긋불긋한 깃발도 여기저기 꽂혀 있었다. 아이들이랑 부모들도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손에는 점심 도시락이며 과일 같은 먹거리를 푸짐하게 가지고 와서 자리를 잡았다.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코스모스가 피는 가을이면 어김없이 운동회가 열린다. 아이들이 주인공이지만 어른들도 신바람이 난다. 아이들의 경기에 이어서 번외 경기로 학부모들의 달리기 시합도 치러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운동회 때 말고는 어른들이 마음 놓고 운동장에서 달려볼 기회가 없다.

경기 종목이 다양하다. 줄다리기, 종이박 터뜨리기, 콩주머니 넣기, 공굴리기, 2인 3각 경기, 달리기와 이어달리기 같은 게 있다. 또한 재롱잔치로 율동이나 꼭두각시 무용 같은 것을 한다. 그 가운데서 가장 관심을 끄는 종목이 달리기와 이어달리기다. 그리고 개인전과 단체전이 있고, 청팀과 백팀으로 나누어서 겨루기도 한다.

초등학교의 운동회는 한마당 큰잔치다. 운동을 잘하거나 승부욕이 강한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러나 운동에 취미가 없는 아이들은 '차라리 수업이 낫다'며 수업을 하게 해 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부모님과 함께하는 경험이다. 부모님과 발을 맞추면서 자신의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부모님이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는 일이다.

선생님들에게는 운동회가 한 차례 폭풍과 같다. 초가을의 따가운 햇볕을 받으며 아이들 연습시키랴, 행사 준비하랴, 경기 진행하랴, 눈 코 뜰 새가 없다. 거기다 막무가내로 나서는 학부모들을 통제해야 한다. 그래서 마치고 나면 몸살을 앓기 일쑤이다.

내 어릴 적 이야기다. 키가 작고 운동에 별로 취미가 없었다. 달리기 차례가 되면 걱정이 앞섰다. 그럴 것이 하나마나 꼴찌가 분명했으니까. 그래도 부모님은 목이 쉬도록 응원해 주셨다. 비록 상품으로 주는 공책을 받지 못해도.

※1958년 소사

▷대한국민항공사 소속 KNA여객기 납북=국회의원 유봉순, 공군 정훈감 김기완, 미공군 중령 하워 등 승객 34명을 태우고 부산에서 서울로 향하던 KNA(대한항공) 소속 쌍발 정기 여객기가 1958년 2월 16일 낮 12시 40분 경기도 평택 상공에서 납치돼 북한으로 끌려갔다.

▷진보당 사건=조봉암을 비롯한 진보당 간부들이 북한 간첩과 내통하고 북한의 통일방안을 주장했다는 혐의로 1월 3일 구속기소 됐다. 조봉암은 1959년 2월 27일 사형선고를 받았고, 그해 7월 31일 사형됐다.

▷뇌염으로 1천900명 사망=1958년 7월부터 번진 일본형 뇌염이 전국적으로 확산돼 10월 15일까지 6천700여 명이 발병했고, 1천893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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