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부터 지적장애가 있어 주위에 늘 누군가가 지키고 있어야 하는 한인호(가명'54) 씨. 지적장애 1급인 인호 씨의 지능은 3세 아동 수준이다. 인호 씨의 형, 누나는 장애가 있는 동생을 돌보느라 지금까지 가정을 꾸리지 못했다. 20년 넘게 인호 씨의 형, 누나는 번갈아가며 돈을 벌고 아픈 동생을 돌봤다. 그래도 이들의 형편은 쉬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인호 씨를 비롯한 삼 남매 모두 잦은 병치레로 큰돈이 들 때가 잦아 생활은 늘 제자리걸음이다.
◆어려웠던 어린 시절
지적장애가 있는 인호 씨가 할 줄 아는 말은 '응' '물' '누나' 세 단어뿐이다. 혼자서 씻고 옷을 갈아입는 일조차 인호 씨에게는 버겁다. 남매는 태어나서부터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도 이사 한 번 가지 않고 평생을 이곳에서 살았다.
삼 남매는 일용직 일을 하던 부모님 밑에서 어렵게 생활했다. 부모님은 생계로 바쁜 와중에도 장애가 있는 막내아들을 늘 끼고 살았다. 동생은 온종일 집에서만 지내며 텔레비전에 나오는 모습이 세상 전부인 줄 알며 지냈다. 어머니는 이런 아들이 가여워 매일 세끼 따뜻한 밥을 지어 먹였다.
"동생이 길을 잃어 잠깐이라도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아들을 찾는 어머니의 목소리로 동네가 떠들썩할 정도였어요. 마지막 눈을 감을 때까지 남동생의 앞날을 걱정했을 부모님을 떠올리면 마음이 먹먹해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인호 씨의 형, 누나는 당연히 본인들이 장애가 있는 동생을 거두어야 한다고 여겼다. 집에서는 동생을 보고 밖에서는 일하는 게 일상이 되다 보니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일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몸집이 큰 동생을 돌보는 일이 힘에 부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남매는 시설이나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알아본 적도 있다. 하지만 신청에 필요한 진단서를 받으러 병원에만 들렀다 하면 인호 씨는 소리를 지르며 사납게 돌변했다.
"동생이 뛰쳐나가겠다고 소리를 지르며 발버둥치면 의사, 간호사들도 두 손 두 발을 들 정도였어요. 그런 세월이 한두 해 이어졌고, 결국 지금까지 저희가 동생을 보살피게 됐어요."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 생활
인호 씨의 형, 누나는 평생 일용직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나 젊어서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던 남매는 통장 잔고가 여유로웠던 날이 거의 없었다. 누나는 젊은 시절부터 심한 당뇨를 앓았고, 형은 과거 대장암을 앓아 한 일터에서 꾸준히 일을 할 처지가 못 된다. 두 남매 모두 한 달에 반은 일하고, 반은 쉬어야 하는 생활이 계속됐다.
몇 해 전부터는 인호 씨의 건강에도 문제가 생겼다. 인호 씨는 형, 누나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술을 찾기 시작했다. 동네 주민들이 동네를 돌아다니는 인호 씨에게 자주 술을 권했기 때문이다.
"이웃이 평생 술을 마셔본 적 없는 인호에게 장난으로 술을 건넨 게 중독으로까지 이어진 거예요. 결국 간경화로까지 이어져 지금은 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하는 상황이에요."
거기에 최근에는 50년이 넘은 집 곳곳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주방 한쪽 벽면에는 장기간의 누수와 습기로 사계절 내내 곰팡이가 있다. 오래된 보일러는 작동을 멈춰 전기장판 한 장으로 겨울을 버틴 것도 벌써 수년째다.
남매가 더욱 버티기 힘든 것은 늦봄부터 들끓는 모기다. 집 바로 앞에 하수구와 작은 도랑이 흘러 아무리 모기를 열심히 잡고 해충 약을 갖다 놔도 방법이 없다.
현재 삼 남매 앞으로 나오는 장애수당, 기초생활수급비는 100만원이 조금 넘는 정도. 삼 남매의 생활비와 이따금 들어가는 병원비, 집 수리비를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건강도, 집 상태도 어디서 뭐부터 고쳐나가야 할지 막막해요. 잘 살아보고 싶은 마음은 누구보다 간절한데 저희 상황을 살펴볼 힘조차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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