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동산 부호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됨으로써 국제사회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성 비하, 인종 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무슬림에 대한 적대적 태도로 일관한 그가 최강대국의 대통령이 된다면 국제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그는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도 알 바가 아니라는 발언을 했는가 하면 주한미군의 방위비를 한국이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해 충격을 안겼다.
트럼프는 두 번의 이혼 경력과 화려한 생활, 부를 과시하는 행태로 입방아에 올랐고 자신이 진행하는 TV쇼에서 거침없는 말로 출연자들을 몰아세웠다. 화제를 몰고 다니지만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같이 부를 아낌없이 사회에 환원하는 부자들과 달리 존경받지는 못한다. 자기중심적이며 안하무인격인 성격을 지녀 배려심이 부족해 보인다.
그의 이러한 특성은 미국의 이익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정치 노선과 연결된다. 대외적으로 한국과 같은 전통적 동맹국들을 염두에 두지 않는 방위 전략, 보호무역의 강화, 대내적으로 인종'종교적 혐오와 갈등을 부추겨 불만에 쌓인 백인 노동자 계층을 중심으로 한 지지 계층을 형성하고 있다. 선출직 경험이 전혀 없는 데다 함량 미달로 보이는 트럼프의 등장은 미국 정치가 건전하게 작동하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양극화가 심한 미국의 현실을 정치가 개선하지 못함에 따라 기성 정치에 실망한 미국의 유권자들이 트럼프와 같은 아웃사이더에 열광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트럼프에 앞서고 있지만, 결과는 예단할 수 없다.
필리핀에서도 '필리핀의 트럼프'라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됐다. 두테르테는 대선 운동 기간에 "범죄자 10만 명을 죽여 물고기 밥이 되도록 마닐라만에 버리겠다" "아들이 마약을 하면 죽여버리겠다"는 등 과격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빈부 격차와 불안한 치안에 불만을 품은 필리핀 국민은 기성 정치권에 몸담았던 후보들보다 강력한 치안 정책을 내세운 아웃사이더 두테르테를 지지했다.
미국과 필리핀의 현실은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정치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 국민은 기성 정치에 언제든 등을 돌리게 된다는 사실이다. 4'13 총선에서 여소야대의 결과가 나타난 것이 그러하다. 새로 구성될 20대 국회와 정부가 현실을 개선하지 못할 때 정치는 요동치게 되며 그 결과가 바람직하게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미국 의존도가 높은 방위 정책을 재검토해 자주국방력을 길러야 한다는 점도 환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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