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醫窓)] 갑자기 맞은 황금연휴

지난 6일은 정부가 정한 임시공휴일이었다. 연휴를 통해 소비를 촉진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었다. 불과 1주일을 앞두고 공휴일로 지정된 탓에 대부분 종합병원에서는 정상 근무를 해야 했다. 오래전부터 외래 진료와 수술 계획을 잡은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연휴 기간 동안 서울 코엑스에서는 세계간이식학회가 열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열리는 대규모 학회여서 국내외에서 1천300여 명이 참가했다. 대학병원 두 곳은 생체 부분 간이식 장면을 코엑스 컨벤션센터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쾌청한 5월, 야외활동하기 더없이 좋은 신록의 계절에 어두컴컴한 실내에서 전문분야를 깊이 들여다보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젠 아이들도 다 커서 연휴라고 어딜 가자고 조르지 않으니 부담이 없었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의사들은 우리보다 앞선 일본이나 서양의 의술과 연구방법을 배우는데 급급했다.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 국내 여러 기관에서 발표한 내용들은 다른 나라에서 흉내 내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수술 장면들이 많았다. 생체 부분간이식을 위한 복강경 간절제수술이 대표적이다. 개복수술을 해도 건강한 공여자가 수술 도중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는 공여자 간절제수술을 작은 상처만 낸 뒤 곡예 하듯 수술하는 광경에 많은 청중들이 감탄을 했다.

간이식 수술 초창기 세계 생체간이식을 주도한 일본 교토대학의 다나카 교수 문하에서 수련을 받던 젊은 외과의사들이 이제는 일본 내 여러 기관에 흩어져 간이식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틈틈이 이들과 얘기를 나눌 기회도 가졌다.

이들은 현재 일본 내에 간이식 수술이 상당히 줄고 있다고 했다. 5년 전 건강한 공여자가 잇따라 사망한 이후 국민과 의사들이 많이 위축됐고, 한국이 세계의 간이식을 주도하는 상황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상황이었다.

20여 년 전 미국 연수 시절 함께 연구하며 애환을 같이하던 독일 출신의 실험실 동료도 이젠 캐나다에서 교수가 되었다. 그는 "한국에는 처음 왔는데 이렇게 깔끔하고 친절하고 아름다운 나라인 줄 몰랐다. 다음에 아내와 따로 한 번 여행 오고 싶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의술을 배우기 위하여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연수를 온다. 인도,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및 유럽 등지에서도 제법 많은 의료인들이 한국에서 장'단기 연수를 한 후 우리나라 의사들을 본국으로 초빙해 새로운 수술을 시작하고 있다. 학회 일정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TV뉴스를 봤다. 황금연휴에 중국과 일본에서 수천 명의 단체관광객들이 한국으로 몰려든다는 뉴스가 이어졌다. 학술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수천 명의 외국의사들이 한국으로 날아와 돈을 쓰고, 휴가 겸 한류를 체험하면서 물건을 산다. 내국인들은 도심을 빠져나가 휴식을 취하며 지갑을 연다. 국운 융성기임을 직'간접적으로 느낀 황금연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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