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본사가 경주로 오면서 문화관광도시 경주에 '산업'이라는 거대한 신성장 동력이 더해졌다. 포항'울산 등 인근 산업도시 부럽지 않은 에너지 산업이 본격 시동을 걸면서 경주의 성장지도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3천 명의 직원이 경주로 몰리면서 주거환경이 변하고 있고, 에너지 산업군이 속속 둥지를 틀기 위해 움직이면서 미래성장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한수원은 경주에 '올인'하고 있다. 직원들이 교육 등을 고려해 다른 지역에 터를 잡을 것을 우려해 경주시내 아파트를 통째 구매해 직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또 본사이전을 하면서 서울 사무실도 전부 폐쇄했다. 서울로 업무 보러 가는 직원들이 사무실이 없어 '떠돌이 생활'을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한수원은 경주, 나아가 경북 기업이라는 것을 알리는 당연한 조치라고 말하고 있다.
◆한수원 경주 왔는데 우리도 가야지
한수원이 지난 3월 27일 경주로 본사를 옮기면서 에너지 공기업과 관련된 협력사들이 여럿 뒤따르고 있고, 민간기업 투자도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KDN은 한수원 이전에 맞춰 지난달부터 경주 동천동 동부빌딩을 빌려 업무를 시작했다.
한전 계열의 플랜트서비스 회사인 한전KPS도 원자력 종합서비스센터를 경주 문산2일반산업단지에 짓고 있다. 센터가 완공되면 새 식구 300여 명이 경주에 둥지를 틀게 된다. 한수원 측은 내년 말까지 30여 개, 중장기적으로 100여 개의 협력기업이 경주에 들어오면 원자력 집적단지가 조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수원 연관기업은 지난해 거래업체 기준으로 모두 867개다.
또 한수원은 2018년 감포 해양관광단지에 원전 현장인력양성원을 설립해 연간 100여 명의 전문 인력을 배출하기로 했다.
한수원을 중심으로 에너지산업 파이가 커지면서 민간기업의 관광지 투자도 활발해지고 있다. 태영그룹은 2022년까지 천군'암곡동 일원 764만㎡ 부지에 생태수목원'호텔'골프장 등을 건설하는 양해각서를 경상북도와 맺었다. 코오롱그룹은 2018년부터 3천400억 원을 투자해 경주 양남면 마우나오션리조트 추가 조성에 들어가기로 했다. 경주 콩코드호텔도 부산의 건설업체인 ㈜유림E&C에 자산 매각이 이뤄졌다.
◆한수원과 경주의 상생
한수원 직원과 가족 3천여 명이 3월 말 경주 이사를 마쳤다. 황성동 e-편한세상 300가구와 삼환나우빌 25가구 등 325가구는 서울생활을 잊고 경주시민으로서 가정을 꾸리고 있다. 나머지 직원들은 임시로 시래동 원룸 200가구, 신월성사택 180가구, 시내 원룸 495가구 등에 흩어져 살고 있다. 한수원은 원룸에 사는 직원들이 경주에 빠르게 정착할 수 있도록 2017년 완공예정인 진현동 두산위브 500가구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동촌동 200가구 규모의 아파트도 직원들에게 제공, 경주에 터전을 잡고 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울 방침이다. 이처럼 아파트 입주가 늘면서 경주시는 100억원가량의 새로운 세수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신월성2호기와 월성원전 사택준공으로 세수가 220억원 증가, 올해는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올해 한수원 본사가 경주로 오면서 더욱 안정적인 세수가 확보되고 있다.
경주시도 새 식구가 된 한수원을 환영하며 각종 편의지원에 나서고 있다. 경주시는 경주의 교통'관광'상권'학교'병원 등 생활안내 책자와 경주 관광안내지도 1천500여 부를 나눠주며 빠른 적응을 돕고 있다.
최양식 경주시장은 "앞으로 한수원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고, 일자리 창출과 관련 기업이 많이 이주해 경주 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다해 줄 것을 기대한다"며 "시 차원에서도 3천여 명의 직원과 가족이 조기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수원 측은 이에 응답하며 방범 취약마을을 대상으로, 태양광 '안심 가로등' 설치 사업과 취학계층 어린이 교육환경개선 등 지원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수원의 경주 발전 계획
한수원은 지난달 27일 경주 본사에서 열린 이전 기념식에서 'New&Clear 에너지 실크로드'를 경주시대 개막을 알리는 슬로건으로 정하고, 이에 걸맞은 경주 종합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경주 종합발전계획으로 5대 프로젝트 및 10대 체감형 사업을 제시하며 본격적인 경주시대 개막을 선언했다.
5대 프로젝트는 한수원이 경주와 동반성장하기 위한 중장기 사업으로 원자력 협력기업 100개 유치, 중소기업 활성화 방안 및 지원책 마련, 원전현장인력양성원 설립, 재경장학관 설립, 경주 연고 여자축구단 창단,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를 거점으로 한 MICE(기업회의'인센티브 관광'국제회의'전시사업) 산업 활성화 등을 담고 있다.
우선 중소기업 활성화 방안 지원책으로 지난달 25일 경주시'경주 상공회의소'IBK기업은행과 'New&Clear-경주 동반성장기금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한수원이 IBK기업은행에 1천억원을 예탁하면 IBK기업은행은 이 예탁금을 목돈 삼아 경주지역 기업에 저리로 대출을 내 주는 것이다. 한 업체당 최고 10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해 많은 지역기업이 자금흐름에 숨통을 틀 전망이다.
대출받는 기업은 자체 신용도에 따른 기존 대출 금리보다 더 낮게 자금을 빌릴 수 있다. 이 협약은 한수원의 협력사에 대해서만 대출할 수 있었던 '동반성장협력대출' 협약을, 경주지역 전체 중소기업으로 확대했다는 점에서 '한수원-경주시 동반성장'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상생 협력하겠다"
조석 사장은 "이번 종합발전계획은 경주의 경제'문화'복지'교육이 쑥쑥 자라고 있다는 것을 경주시민들이 직접 느끼고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짜여졌다"며 "한수원은 경주시민의 사랑을 받는 명실상부한 경주기업이 되고자 더욱 노력하는 동시에 기업경쟁력을 높여 견고한 에너지 실크로드를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역민의 결단으로 중저준위 방폐장을 경주에 유치했고, 정부는 이에 화답해 한수원 본사 이전과 양성자가속기, 특별지원금 3천억원 등 다양한 사업을 지원했다"며 "앞으로 남은 사업도 차질없이 이행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원전 안전운영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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