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공연의 추억

공연장에 가면 부모와 자녀가 함께 공연을 보러 오는 경우를 종종 본다. 참 아름다운 일이지만, 여기서 자주 볼 수 있는 긍정적이지 못한 현상이 몇 가지 있다. 주로 어린이를 위해 기획된 공연에서 나타나는데, 함께 온 부모가 자녀만 공연장에 입장시키고 자신은 로비에서 공연이 끝나기를 기다고 있는 것이다. 왜일까. 공연이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본인에게는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걸까. 또는 표값을 절약하기 위한 걸까.

객석에 혼자 남겨진 아이들은 상당히 힘든 과정을 겪는다. 첫 번째 이유는 이렇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안내방송 후 객석의 조명이 암전되는데, 이때 아이들은 큰 공포를 느끼고 울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와 함께 입장한 아이들은 부모의 손을 꼭 잡거나 품에 안겨 그 두려움을 이겨낸다.

두 번째 이유는 이렇다. 공연 중간에 배우들과 아이들이 함께하는 장면이 연출되곤 하는데, 이때 혼자 입장한 아이들은 그 상황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친구들이 배우들과 어울리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다가 뒤늦게 아쉬워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지막 세 번째 이유는 공연이 끝난 후 부모와 자녀가 추억을 공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연을 본 아이들은 흥분해서 부모에게 공연 중 인상 깊었던 장면들에 대해 얘기하지만, 공연을 보지 못한 부모는 자녀에게 건성으로 대답하기 일쑤다.

필자는 어린 딸과 함께 자주 공연을 관람한다. 직업 덕분에 공연 관람 기회를 쉽게 얻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이가 공연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좋은 기억을 하나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시절이었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관람하기 위해 서울 예술의전당에 학교 성악과 학생 전체가 버스를 빌려 간 적이 있다. 공연장에 들어갔더니 옆 자리에 아버지와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들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오페라를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오페라를 초등학생이 관람한다는 것이 신기했고 아이의 관람 예절도 훌륭했다. 중간중간 아버지가 작품에 대한 설명을 작은 목소리로 해 주자 귀 기울여 들으며 공연을 집중해 관람하는 아이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나도 자녀가 생기면 저 아버지와 아들처럼 공연을 관람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우리는 자녀에게 공연에 대한 추억을 남겨 주어야 한다. 그 추억들은 자녀가 평생 좋은 공연을 즐기게 만드는 바탕이 될 것이다. 공연 하나를 추천하고자 한다. 5월 14, 15일 수성아트피아에서 공연되는 키예프국립발레단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로 자녀와 함께한다면,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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