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태가 불거진 지 5년 만에 처음으로 가해업체 관계자들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11일 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 등 혐의로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신현우(68) 전 대표와 전 연구소장 김모씨, 전 선임연구원 최모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인터넷 등을 참조해 졸속으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 것으로 드러난 '세퓨' 제조·판매자 오모씨도같은 혐의로 영장이 청구됐다.
신 전 대표를 비롯한 옥시 전·현직 관계자 3명은 2000년 10월 유해성 검사를 하지 않고 독성 화학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판매해 이용자들이 숨지거나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제품을 판매하며 '아이에게도 안전하다'는 등 허위·과장 광고를 한 혐의도 있다.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는 보건당국이 제품 회수 및 판매금지 명령을 내린 2011년 8월까지 10년간 약 453만개가 팔렸다.
정부가 폐손상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한 인원은 221명인데 이 가운데 177명이 옥시 제품 이용자다. 사망자도 90명 중 70명으로 가장 많다.
신 전 대표는 지난달 26일과 이달 9일 두 차례 소환조사에서 "영국 본사가 제품 개발·판매 전반을 진두지휘했으며 나는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독성 화학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함유된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제품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검찰은 옥시 전·현직 관계자 진술과 관련증거 등을 토대로 그가 제품 개발·판매의 최종 책임자이자 의사 결정권자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신 전 대표가 해외 독성학계 저명학자의 권고 등을 통해 PHMG의 독성실험 필요성을 인지하고도 이를 무시하고 제품 개발·판매를 강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씨는 2009∼2011년 안전성 검사 없이 또 다른 유해 성분인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 '세퓨'를 제조·판매해 사상자를 낸 혐의가 적용됐다.
그는 인터넷과 국내외 논문 등에서 살균제 제조 정보를 얻은 뒤 콩나물 공장에서 스스로 물과 PGH 용액을 적당히 섞어 제품을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제품은 사망자 14명을 포함해 27명의 피해자를 냈다. PGH가 PHMG보다 흡입독성이 4배 정도 강해 짧은 시간 비교적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검찰은 제품 안전성 문제를 소홀히 다뤄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죄질이 무겁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구속 수사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 여부는 13일께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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