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대공원역 이름 바꾸자!

대구도시철도 2호선 영남대 방면에는 대공원역이 있다. 도심 반월당에서 영남대 구간의 중간쯤인 대구 수성구 연호동에 자리 잡은 역이다.

대공원역은 올해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홈구장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가 오픈하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역사의 크기에 비해 직원 수 등에서 초라한 규모였던 이 역은 대구 새 야구장이 개장하면서 졸지에 큰 규모의 역으로 탈바꿈했다. 야구 경기가 있는 날에는 십여 명의 직원이 나와 안내와 질서 유지에 나서고 있다.

대공원역이 널리 알려지면서 그 이름의 유래에 대해 관심을 두는 시민들도 많아졌다. "왜 대공원역이지. 주변에 큰 공원이 없는데." 역의 명칭은 대부분 해당 지역을 표시하는데, 대구시는 2005년 도시철도 2호선 개통에 앞서 도시계획에 따라 조성 예정인 대구대공원을 염두에 두고 이름을 정했다. 대구대공원은 역과 인접한 수성구 삼덕동 일대 1천980여만㎡(600여만 평)에 사파리와 놀이 시설을 포함해 대규모로 조성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개통 당시의 대구시 계획과는 달리 대구대공원 조성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대신 인근 개발제한구역에 야구장이 들어섰다. 대구시는 '달성공원 이전'을 포함한 대구대공원 조성 계획을 1993년 발표한 뒤 이를 민자 사업으로 추진하려고 했지만 사업자를 찾지 못했다. 민간 사업자가 나서기도 했지만, 대구시의 의지 부족으로 중도에 무산된 적도 있다. 현 시점에서 대구대공원 조성은 백지화된 상태다.

이쯤이면 역의 이름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야구팬을 포함한 대다수 시민은 '야구장역'을 떠올릴 것이다. 야구장의 이름을 줄여 부르는 '라팍역'도 괜찮아 보인다. 어색하지 않은 이름이고, 현재 상황에서 적합한 이름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곳에는 송정(松亭)고개란 아름다운 지역명이 있다. 지금은 이곳이 완만한 경사로 되어 있지만 달구벌대로가 확장되기 전, 경산군 고산면 시절의 이곳은 꽤 경사가 있는 고개였다. 소나무가 많아 송정고개란 이름을 얻었다. 지역명을 따라 송정역으로 바꾸면 더 아름답지 않을까.

뜬금없이 도시철도 역 이름 타령을 했는데, 더불어 야구장의 환호성에 묻힌 대구대공원 조성 예정 지역 주민들의 아픔을 전하고 싶다. 대구대공원 예정지 주민들은 40여 년 동안 개발제한구역(1972년 지정), 20여 년에 걸쳐 공원지역이란 이중 규제에 묶여 살고 있다. 국가와 도시의 발전 계획에 따라 수립된 규제에 몸부림치고 있다.

이 동네 주민들은 최근 농로를 내달라고 수성구청에 요청했으나 길을 내도 콘크리트 포장을 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개발제한구역의 규제는 피해 갔으나 공원지역이 문제가 돼 포장할 수 없다는 답이었다. 이 동네에서 부모, 자식 등 7명과 한집에 사는 주민은 집을 개축(신축은 법상 불가)하면서 설움을 당했다. 대지 330여㎡(100여 평)에 그가 고쳐 지을 수 있는 집의 크기는 66㎡(20평) 남짓이었다. 그는 소송하면 6.6~9.9㎡(두세 평) 더 크게 개축할 수 있다는 설명을 구청 직원에게서 들었다.

야구장 인근 주민들에게 개발제한구역 해제란 엄청난 특혜를 입은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가 어떻게 보일까. 지겹도록 들어야 하는 야구장의 함성과 조명탑 불빛은 어떤 색일까. 새 야구장은 대구와 시민들의 자랑이 되고, 야구팬에겐 카타르시스가 되겠지만 대구대공원 조성 예정지의 주민에겐 달갑지 않은 시설이다.

개발제한구역 해제는 정부가 승인해야 하는 사항으로 지방자치단체는 총량제에 따라 일정한 개발제한구역의 해제를 추진할 수 있다. 총량이 주어진 만큼 대구대공원 예정지 주민들은 야구장 개발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다.

야구장뿐만이 아니다. 대구대공원 예정지 개발제한구역에는 대구미술관과 대구육상진흥센터, 이들 시설을 위한 진입로 등이 국가와 대구시 사업으로 조성됐다.

도시계획은 분명히 필요한 일이지만, 소리 없이 당하는 소수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다. 야구장의 함성에 묻힌 마이너리티의 아픔은 누가 치유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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