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학생에게 사랑을, 선생님에게 존경을

대한민국은 교육으로 흥(興)한 나라다. 일제 식민통치와 6'25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동력이 교육이었음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우리의 선생님들을 국가 건설자(Nation Builder)라고 칭송하면서 미국 선생님들도 본받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교육을 통해 한강의 기적과 사회 각 분야에서 눈부신 성취를 이뤘지만, 작금의 우리 교육은 오히려 걱정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교육 현장은 학교폭력, 교실붕괴, 교권추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시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병리 현상의 책임 또한 교육이 떠맡아야 하는 형편이다. 게다가 교육에 스며든 정치 바람은 교육의 본질마저 위협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총(교총)은 교육을 둘러싼 문제점을 직시하고, 대안 제시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런 차원의 일환으로 교총은 스승의날(5월 15일) 전후 1주일을 '스승(교육)주간'으로 설정, 운영한다. 1953년에 시작됐으니 올해가 64회째다. '스승주간'을 운영하는 것은 선생님이 대접받고자 함이 아니다.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유도하고, 교육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공유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올해 '스승주간'의 주제는 '학생에게 사랑을, 선생님에게 존경을'로 정했다. 우리 모두가 학생을 사랑하고, 선생님을 존경하는 사회문화 조성을 통해 사랑과 존경이 넘쳐나는 교육의 장을 만들자는 취지다. 다소 진부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우리 교육 현실은 이런 주제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과 교권침해 사건 등은 우리 사회의 미래와 학교 교육의 희망을 꺾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과 관심 속에 보호받으며 성장해야 할 아동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학대를 받고, 소중한 생명을 잃는 사례마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매년 5만 명에서 7만 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 거리를 방황하는 것도 현실이다. 더욱이 열정과 자긍심을 바탕으로 교단에 서야 할 선생님들에 대한 교권침해 사건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5년에 보고된 교권침해는 4천여 건에 이른다.

교총은 교육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사회의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사회의 크고 작은 문제가 교육의 잘못만은 아니다. 가정과 학교, 사회가 내 아이, 남의 아이 구분할 것 없이 배려하고, 모범을 보여주기를 간곡히 희망한다. 정부는 학생을 위한 좋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학교에서 올바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조성하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한다.

지난해 교총과 교육부가 공동 주최한 스승의날 기념식에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이 흘러도 스승의 역할은 바뀔 수 없고, 스승에 대한 예의와 존경심을 잃는다면 그 피해는 우리 사회에 고스란히 돌아온다"며 직접 초청한 옛 은사의 손을 꼭 잡았다. 시대가 변한 만큼 과거의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의미에서의 군사부일체 정신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스승에 대한 존경심마저 잊어서는 안 된다.

교총은 이번 '스승주간'을 통해 학교에서 사랑과 배려, 믿음과 존경이 회복되고, 사회로 퍼져 나가기를 기대한다. 교육 가족과 국민 모두가 교육의 중요성을 되새기면서 '학생 사랑, 선생님 존경'의 마음을 갖는다면 우리나라는 현재의 어려움과 혼란을 극복하고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으로 물질적 풍요를 이뤄낸 것처럼, 이제 교육으로 정신적 빈궁(貧窮)을 벗어날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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