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중략)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아~ 고마워라 스승의 은혜…?"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며칠 전 긴 연휴와 함께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속으로 노래를 읊조리는데 '어머니의 마음'으로 시작해서 후렴부엔 나도 모르게 '스승의 은혜'를 부르고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의 마음 후렴부가 생각나지 않아 한참을 떠올리려 고민하고 조금은 반성한 적이 있었다. 명색이 음악 전공자인데 말이다. 그래서 주변 아이들 몇 명에게 물어보았는데 아이들은 나보다 더 모르고 있어서 약간은 충격이었다. 학교에서 배우긴 했지만 부를 기회가 없어 잘 모르겠단다. 노래 한 곡조로 부모와 스승의 은혜에 보답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라는 아쉬움은 감출 수 없었다.
어쨌든 이처럼 노래를 다 부르고 다른 노래를 이어 부르는 것이 아니라, 노래의 일부를 발췌해 여러 곡을 붙여 한 곡으로 만든 곡을 메들리라고 한다. 가요는 물론 캐럴, 민요, 동요, 팝송 등 무려 97곡을 기발하게 섞어놓은 '삼태기메들리'가 있고, 클래식에는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1981년 클래식 메들리 시리즈 1집으로 발표한 'Hooked on Classics'가 있는데, 들어보면 차이콥스키, 베토벤, 모차르트, 바흐 등 우리에게 친근한 클래식 음악 17곡이 망라되어 있다. 이런 메들리 곡은 가볍게 들을 수 있고 곡의 특징을 잘 살려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게 좋은 점인 것 같다. 위의 두 곡도 모두 4분의 3박자 곡이면서 기본적인 화성 진행을 갖고 있어 자연스러운 섞임이 가능한 곡이다.
이번 어버이날은 개인적으로 남다른 의미로 남는다. 연휴 기간에 친지의 상(喪)을 치렀고, 평소 무심하던 큰아들로부터 카네이션과 함께 엽서를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효도에 대해서 어릴 적부터 집에서 학교에서 교육받아 왔다. 하지만 대단한 효도는 고사하고 마음만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그런 효도도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나부터도 그렇고 또 반성한다. 친지의 상을 치르면서 효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봤다. 혹자는 그런다. '죽은 조상도 잘 모셔야 되고 산 부모도 잘 모셔야 한다'고. 하지만 종교적으로나 유교 사상에 위배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미 세상을 등진 부모에게 아무리 정성을 들여 봤자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또 '뭐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처럼 저승 갈 때 꽃상여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살아생전 시원한 물 한잔보다 못한 것을. 올해도 어버이날은 지나갔다. 하지만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 효도의 근본이라고 한다면 흔히들 얘기하는 것처럼 가끔의 안부전화와 조금의 용돈으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건 어떨까 싶다. 이것이 부모님이 바라는 효도의 전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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