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다'의 한자어인 '학'은 한글인 '학'으로만써야 할까,한자를 함께 사용해 '학(學)'으로 표기해야 할까.
공문서 작성과 공교육 과정에서 한글을 원칙적으로 사용하도록 한 '한글 전용정책'을 두고 헌법재판소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헌재는 12일 오후 국어기본법 제3조 등에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을 열고 한글을 우리나라의 고유문자로 정하고 공문서 작성과 공교육 과정에서 한글 사용을 원칙으로 규정한 국어기본법과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고시 등에 관해 심리했다.
국어기본법 등이 국민의 '문자를 선택할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특히 공개변론에선 한글 전용정책이 한자 사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인지를놓고 공방이 벌어졌다.한자 사용 금지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는지를 두고 찬·반 양측이 첨예한 이견을 보였다.
헌법소원을 청구한 시민단체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와 학부모,대학교수 등 333명은 국어기본법 등이 한글 전용을 강요하고 한자문화를 배제해 '언어를 통한 인격발현권'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청구인 측 대리인으로 나선 김문희(79) 전 헌법재판관은 "국어기본법에 따른 어문규범은 한글 맞춤법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어문규범을 따르도록 한 공문서 작성과 공교육 교육과정은 한글을 전용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국민이 자신의 모국어를 온전하게 보전하면서 모국어를 통해 인격을형성하고 발현할 헌법상의 '언어를 통한 인격발현권'을 훼손한다"고 부연했다.
한수웅(61)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한글 전용정책은 국가가 국민의 어문생활을 간섭해 자유로운 언어문화 형성과 관련된 문화국가원리에 어긋나고 한자를공용문자로 삼는 불문헌법(문서의 형식을 갖추지 않은 관습법)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는 국어기본법이 국어 발전을 위해 한글 사용을 장려하는 취지일뿐 한자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위헌 판단의 전제요건인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문체부 측 대리인으로 나선 박성철(41)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국어기본법은 국어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법률로 한자를 배척하거나 말살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다"며 "초·중·고등학교에서 한자를 재량으로 교육하거나 선택과목으로 교육하고 있어 국민은 언제든 일상생활에서 자유롭게 한자를 쓸 수 있다"고 반박했다.
변론은 법리 논쟁을 넘어 고유문자로서 한자의 지위에 관한 학문적 논쟁으로 이어졌다.양측 참고인으로 나온 국어학자와 언어학자가 맞붙었다.
청구인 측 심재기(78) 서울대 국문과 명예교수는 "공교육 과정에서 학생들은 1천 수백여 개의 한자어를 접하는데도 이를 적을 한자는 배우지 않고 있다"며 "한자어를 한자로 적지 못하면 총천연색 자연경관을 흑백사진으로 보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자는 민족과 국가를 초월해 편의에 따라 사용이 되는 것"이라며 "알파벳을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영미 국가처럼 한자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공유된 문자로 우리의 '국자(國字)'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문체부 측 권재일(63)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는 "한자어는 한자로 표기하지않아도 충분히 의미를 파악할 수 있고,일상생활에서 한자 혼용을 할 경우 오히려 글자생활의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공공의 글쓰기에는 한자 해독이 어려운 다수를 위해 한글을 써야 한다"고 했다.
2005년에 제정된 국어기본법은 한글을 한국어를 표기하는 고유문자로 규정했다.
또 한글 맞춤법 등 어문규범을 지켜 공문서를 작성하고 교과서를 편찬하도록 규정했다.
청구인들은 2012년 10월 한자를 한국어 표기문자에서 제외한 국어기본법이 문자를 자유롭게 선택할 자유와 한자문화를 누리고 교육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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