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부산시, 지역 갈등 조장해 얻는 것이 무엇인가

서병수 부산시장이 11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영남권 신공항과 관련해 얼토당토않은 발언을 쏟아냈다. 서 시장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면 부산 가덕도에 신공항이 오는 건 분명하고, 경남 밀양으로 간다면 정치적 판단"이라고 했다. 다음 달 말 예정한 정부의 영남권 신공항 입지 발표를 앞두고, 가덕도 아니면 안 된다는 식으로 못을 박고 있다니 정말 상식 이하의 발언이다. 서 시장의 행태가 지역 간 싸움을 부추겨 부산의 이익만 챙기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아예 판을 깨자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시도지사 합의 어긴 치졸한 유치 운동

부산시는 한 술 더 떠 연일 황당한 주장을 내놓고 있다. 지난 1일과 4일 '신공항 추진 현황 보고회'와 '신공항 건설 추진 상황 연석회의'에서 대구'부산의 상생 방안이라며 가덕도에 활주로 1개만 건설하고 남은 재원을 대구 K2 이전 비용에 충당할 수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논리를 폈다. 이 때문에 대구와 경북, 경남과 울산 등 타 영남권 시'도는 부산시가 2011년 이명박 정권 때처럼 지역 갈등을 조장해 '가덕도 아니면 백지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1월 영남권 5개 시도지사가 합의한 내용을 돌이켜 보면 부산시의 이런 행위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있다. 당시 시도지사들은 ▷정부가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을 외국의 전문기관에 의뢰해 결정하도록 위임한다 ▷정부는 용역 발주를 조속히 추진하고 용역기간은 1년을 초과하지 않는다 ▷5개 시도는 정부에 적극 협조하며, 유치 경쟁 등을 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

정치쟁점화 노림수에 휘말릴 필요 없어

부산시는 올 들어 상의'정치권'시민단체 등을 총동원해 토론회, 서약식, 기원제 등을 줄줄이 열었다. 이들 단체가 자의로 유치 운동을 벌이는 것은 뭐라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서 시장과 부산시가 이를 막고 설득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앞장서서 지역 갈등을 부추기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현재 부산시가 격렬하게 유치전을 펴고 있어도 다른 시도들은 5개 시도지사의 합의 사항을 지키기 위해 일절 맞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올바른 방법이다. 부산시가 홀로 북 치고 장구 치며 정치쟁점화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분명 유치하고 치졸한 짓이나, 한편으로는 애처로워 보인다. 페어플레이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반칙 행위'를 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영남권 신공항은 남부권 주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모두가 차분한 마음으로 다음 달 정부의 입지 선정 발표를 기다리는 것이 옳다. 싸울 것이 아니라 단합해 함께 살길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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