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고등학교 100년의 역사는 한국 근현대사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대구고등보통학교를 뿌리로 삼던 경북고가 대한제국 당시 영남 최초의 근대식 교육기관인 달성학교의 실체를 확인함에 따라 개교 역사의 연원이 1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됐다. 일제 교육정책에 항거하는 차원에서 학교 역사가 시작됐고, 이러한 구국의 정신이 '경맥(慶脈)의 정신'으로 이어져 왔다. 일제로부터의 독립과 6'25전쟁, 민주화, 근대화를 거치는 과정에서 경북고인들은 대한민국이 이룩한 국가 발전 모든 분야의 중심에 있었다.
매일신문은 한국 현대사에서 차지하는 경북고 출신들의 역할을 짚어보면서, 그것이 대구경북의 자존심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경북고 117년, 한국 현대사를 움직인 경북고人' 특집 지면을 기획했다.
백삼선(白三線)을 바탕으로 세 잎과 펜촉을 형상화한 교표는 경북고의 상징이다. 백삼선은 경성고보, 평양고보에 이어 세 번째로 설립된 경북고의 전신 대구고등보통학교를 뜻하는 동시에 천'지'인 삼재(三材)를 의미한다. 삼엽(三葉)과 삼필(三筆)의 맥을 이어 '아는 사람(知), 생각하는 사람(思), 행하는 사람(行)'을 교훈으로 정해 경북고인은 무엇을 알 것이며, 무엇을 생각할 것이며,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항상 깨우치도록 가르쳤다.
삼선을 두른 교복과 교모를 쓴 경북고 학생이 지나가면 선망의 대상이었고, 스스로 나라 동량의 긍지와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국가 동량을 배출한 전국적인 명문고
경북고는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전국을 통틀어도 기라성 같은 인물을 배출한 명문고로 위상을 가졌으며 'TK 인맥의 산실'이었다.
행정수반 대통령(노태우-32회)을 비롯해 국회의장(이효상-4회, 박준규-25회, 김수한-29회), 대법원장(김용철-26회) 등 3부(府) 수뇌를 배출했다. 전국에서 3부 요인을 모두 배출한 학교는 경북고와 경기고, 경남고 3곳뿐이다.
역대 국회에 진출한 동문 수는 제헌국회부터 이번 20대 국회 5명을 포함해 모두 185명에 이른다. 행정부에서도 많은 동문들이 각 부처에서 중요한 관직을 맡았고 그중에서도 부총리가 6명, 장관이 36명에 이른다. 신현확(20회) 동문은 후에 국무총리에 올랐다.
동문 법조인 수는 무려 380여 명에 이른다. 현직 판'검사가 110여 명, 200여 명이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다. 대법관이 14명, 검찰총장 7명을 배출했다. 군과 경찰계에서 활약한 동문을 보면 합참의장(최세창-34회)을 비롯해 육군 참모총장이 3명, 공군 참모총장이 4명에 이른다.
의료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문은 그 수가 매우 많은데, 상당수가 경북대, 서울대 의대 출신이다. 지역의 대학병원뿐만 아니라 전국의 유수한 의과대학 등에서 진료와 연구를 통하여 최고의 엘리트로 평가받고 있다. 최규완(36회) 동문이 고교 선배인 노태우 대통령의 주치의를, 신현대(47회) 동문은 노무현 대통령의 주치의를 맡았다.
◆100년 격랑을 관통하는 혼 '경맥 정신'
대구고보가 설립된 일제강점기에서 경북고등학교로 전환된 시기까지 한국 현대사는 격랑의 연속이었다. 3'1운동, 6'25전쟁, 2'28민주운동, 4'19민주혁명, 유신시대 전개와 이후의 민주화운동 등에서 경북고인들은 동시대의 지성인으로서 시대정신에 충실하게 행동했다.
대구고보와 경북중'고등학교 출신들이 3'1독립만세운동에 적극 참여하여 고난을 겪으면서도 민족정기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고, 4'19민주혁명과 이어지는 민주화 투쟁에서도 선두에 서서 온갖 억압을 물리치면서 나선 것은 경맥인들의 의기와 이를 실천하는 용기를 잘 보여주는 것이었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백척간두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경북중 32~34회 학생들이 학도의용군에 지원하여, 변변한 훈련조차 받지 못하고 전투에 참여했기에 희생도 컸다. 어린 나이에 나라의 위기를 보고 분연히 떨쳐 일어났다가 장렬히 산화한 이들의 숫자가 53명에 이른다. 특히 1945년에 입학한 32회는 동기생 20여 명을 잃었다. 이는 대구경북지역 중학교 중에서 가장 많은 희생이었고, 전국에서도 두 번째로 많은 학교로 꼽힌다.
이렇듯 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용기 있는 행동과 의기, 역사적 굴곡과 변천 속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태도와 인내, 학문에 대한 진보와 지혜가 '경맥 정신'으로 관통되어 왔다.
경북고 117년 학교 역사 편찬을 책임지고 있는 홍종흠 전 매일신문 논설주간은 "이전에는 나라의 위기 상황에서 올바른 방향을 고민하고 행동하는 구국의 정신이 경맥 정신으로 이어져 왔다"면서 "이제 고교 평준화 시대에서 우리 후배들의 역할은 보통교육을 받는 '건강한 시민'으로 자라 자기 분야를 빛는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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