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보가 개교한 이래 우리 민족이 거족적으로 참여한 것은 3'1운동이었다. 당대의 지성인이라는 자부심을 지니고 학교에 다녔던 대구고보 학생이 3'1 독립만세 시위에 주력 세력으로 참여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민족 항쟁과 국권수호의 길
1919년 3월 8일 백기만과 허범 등의 주도하에 대구고보 학생들은 계성학교'신명학교 학생들과 연대해서 만세 시위운동을 이끌었다. 일제는 무력으로 진압에 나섰고 상당수 대구고보 학생들이 체포·투옥됐다. 당시 경찰은 시위에 참가한 대구고보 학생을 200여 명으로 추산했는데, 당시 재학생이 239명인 점을 비추어 보면 전교생 대부분이 3'1운동 대구 독립만세 시위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저항정신은 교내에서도 일제의 부당한 처사에 대한 항거로 구체화되었다. 1928년 9월 대구고보 학생들은 교내 언론과 집회, 학생자치를 요구하며 동맹휴학에 돌입했다. 학생들은 일본인 교사들의 비인간적인 대우를 철폐하고 조선어 수업 시간 연장과 조선역사 과목 신설을 요구했다. 이후에도 구타 등 비교육적 행위를 한 일인 교사 배척운동과 동맹휴학 등의 사건은 계속되었다. 또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전쟁에서도 어린 학도병들이 전선으로 나섰고, 경북중학교 출신 학도의용군이 그 대열의 맨 앞에 섰다.
이후 1960년 선거를 앞두고 자유당 정권의 부당한 요구에 분노한 경북고 학생들이 시위에 나섬으로써, 4'19 민주혁명에 이르는 거대한 불길을 댕긴 것이다. 야당 부통령 후보의 유세 참가를 막으려고 일요일에도 전체 등교령을 내린 당국에 반발하여 시위를 벌인 학교는 경북고가 최초였다. 이대우가 결의문을 낭독하자 뒤이어 1천여 명의 학생들이 교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반월당을 향해 달려나갔다. 학생들은 '학원의 자유를 달라' '인권을 보호하라' '학원 내 정치세력 배제' 등의 구호를 외쳤다. 자유와 정의를 지키려는 역사적인 2'28 민주운동 시위는 이렇게 시작됐다.
이러한 뜻은 4'19 민주혁명에 참가한 경북고 출신의 대학생이나, 이후 민주화 대열에 앞장선 경맥인들에 의해 계승되었다.
경북고 졸업생으로 서울대 문리대생인 윤식과 이수정은 4'19 선언문을 기초했고, 6'3 한일회담 반대투쟁 주력 세력으로 투옥된 김중태와 현승일, 인혁당 사건으로 몰려 억울하게 사형당한 여정남 등이 경맥인이다.
◆조국 산업화에 경맥인들의 기여
대구고보와 경북고 출신 인재들이 우리나라의 산업화에 본격적으로 기여하게 된 것은 박정희 정권의 제3공화국 출범부터다. 대통령에 오른 박정희는 취약한 정권 기반을 다지기 위해 군부 외의 민간 인력이 필요하게 됐다. 고향인 경북지역의 명문고가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3공 초기에 김성곤, 백남억, 이효상, 박준규 등 대구고보 출신들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도움을 주었다.
경북고 출신 인재들은 이른바 개발독재시대에 경제개발 계획에서 실천에 이르기까지 중심적 역할을 했고, 정치계와 관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사실 1950, 60년대 우수한 인재들이 대학에 진학하여 직업을 선택하는 폭은 매우 좁았다. 주로 법대에 들어가 정'관'법조계로 진출하거나, 의대'공대로 몰렸다. 경북고 동문들이 정계, 관계, 법조계에 많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자연계 출신들은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전환하는 우리나라 산업현장의 최일선에 있었다. 반도체 연구와 제조업에서 주역을 맡은 삼성전자의 이윤우와 진대제가 그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산업화에 성공한 것은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우수한 인재를 길러낸 교육 덕분이다. 가난과 후진의 대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눈부신 역할을 한 많은 산업화의 주역들을 배출했다. 인재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에 경맥인들이 조국이 부른 시대적 요청에 응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쓰일 때를 기다리고 실력을 쌓았기 때문이다.
한국 현대사 수레바퀴가 민주화와 산업화의 두 축으로 돌아갔다면 각각의 축마다 경맥인들이 그 중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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