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14년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당뇨병 환자가 전 세계적으로 4억2천200만 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2년 한 해에만 370만 명이 당뇨로 숨졌고, 사망자의 43%가량이 70세 미만으로 나타난 것. 이는 당뇨환자 수가 1억 명 정도였던 1980년과 비교하면 34년 만에 4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설탕 등이 들어간 단맛 나는 음식물 섭취에 의한 과체중과 비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WHO는 성인과 어린이가 매일 섭취하는 설탕 성분을 현재보다 10% 이상 줄이라고 권고하는 등 설탕의 유해성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정말 설탕은 우리 몸에 유해한 것일까. 설탕이 어떤 질환을 유발하고, 어떤 음식을 줄여야 하는지 등에 대해 지역 양'한방 의사들에게 물어봤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입에 단 설탕, 우리 몸엔 쓰다…대구가톨릭대학병원 내분비내과 이지현 교수
대구가톨릭대학병원 내분비내과 이지현 교수는 설탕의 과잉 섭취가 우리 몸에서 여러 가지 질환을 유발하는 등 나쁜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설탕을 과다하게 먹을 경우 하루에 필요한 에너지 과다로 연결돼 비만, 당뇨병, 고혈압 등이 대사증후군 질환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과량의 설탕 섭취로 비만해지고 이로 인해 당뇨병 발생에 관여하게 됩니다. 또 짠 음식을 먹었을 때뿐 아니라 당분을 많이 섭취했을 때도 고혈압 발생이 현저히 증가합니다. 한 연구에 의하면 가공식품에서 당류 섭취량이 하루 열량의 10%를 초과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비만 위험이 39%, 고혈압은 66%, 당뇨병은 41% 높다고 합니다. 게다가 비만, 당뇨병, 고혈압 등으로 인해 심장질환 발생이 급격히 증가하는데, 미국 통계에 의하면 과량의 설탕을 섭취하는 사람이 권장치 미만의 설탕을 먹는 사람보다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3배 정도 높은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소아비만도 설탕의 과다 섭취가 주요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교수는 "미각이 발달해 가는 유아기에 단맛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성인이 됐을 때 더욱 단 것을 찾게 된다"면서 "이를 피하려면 어릴 때부터 설탕이 많이 든 사탕, 과자, 탄산음료 등 가공식품을 멀리하고 대신 집에서 만든 간식이나 과일을 먹게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외에도 이 교수는 설탕 과다 섭취가 가져오는 질환으로 면역력 감소, 치주질환, 저혈당, 뇌신경 장애 및 인지기능 장애 유발 등 다양한 질환을 꼽았다. 그는 "간장기능 장애를 유발하고, 췌장암 발생 위험을 높이며, 콩팥(신장) 질환 발생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 당분의 과다 섭취로 통풍이 발생할 위험도가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고 했다. 입에 단 설탕이 우리 몸에는 쓴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설탕 중독이 정신과 질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설탕도 마약 못지않게 강한 중독성을 가진 식품이라는 것.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설탕을 장기간 과다 섭취하면 뇌의 쾌락 중추를 자극해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분비하고, 이 호르몬은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면서 "또 뇌의 보상(쾌락) 중추에 작용해 마약처럼 쾌락과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이 분비되고, 그럴수록 내성이 생겨 더 많은 도파민과 설탕을 몸이 찾게 되는 중독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설탕을 장기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뇌 신경망의 형태가 바뀌며, 이로 인해 식이장애가 나타나고 중독 때와 유사한 행동변화가 일어남을 동물실험에서 확인했다"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단 음식이 먹고 싶어지고, 제때 먹지 않으면 손발이 떨리고 산만해지거나 무기력증, 우울증이 온다면 설탕중독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설탕 과다는 퇴행성 질환의 시초…대구한의대 한방병원 변준석 의료원장
대구한의대 한방병원 변준석 의료원장은 설탕에 대해 "에너지원으로 쓸 수는 있지만 비타민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과일처럼 영양적인 균형을 맞춰줄 수 있는 식품은 아니다"고 정의했다.
그렇다면 한의학계에서는 설탕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의학에서 단맛(甘味)은 약재나 음식 자체에서 순수하게 느껴지는 단맛을 가리키는데, 한의학에서의 단맛은 크게 3가지 효능을 가진다. 첫 번째는 허한 것을 보해주는 효능이다. 한약재 중에서 기를 보하고, 혈을 보하고, 음과 양을 보해주는 즉, 허한 것을 보해주는 기능을 갖는 약재들은 단맛을 많이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삼, 황기, 당귀, 숙지황, 맥문동 등이 있다. 두 번째는 급한 것을 완화해주는 효능인데, 급한 통증이나 근육의 긴장 등을 완화해주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감초, 대조(대추), 봉밀(꿀) 등의 약재가 여기에 속한다. 세 번째는 비위를 조리시키고 위장의 기운을 보호해주는 것으로 감초나 대조 등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약재나 음식 자체가 가지는 단맛에 대해서는 복용을 금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변 의료원장은 설탕의 과다섭취가 문제라고 진단했다. "설탕을 과다섭취하는 것은 한의학적으로 고량후미(膏梁厚味)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고량후미의 과다섭취는 인체에 과다한 습(濕)을 유발하며, 담(痰)을 초래하게 된다. 습담(濕痰)이라고 붙여서 부르는 경우도 많은데, 한의학에서는 비정상적인 수분대사 산물을 통칭해서 말한다. 이 습담에 의해서 야기되는 질환들은 현대의학에서는 대사성 질환에 해당한다." 설탕을 다량으로 먹는 것은 한의학에서도 경계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변 의료원장은 "시중의 정제된 설탕은 탄수화물 대사에 필요한 요소가 모두 제거된 상태이기 때문에 대사과정에서 독성물질을 발생시킨다"면서 "이는 세포 호흡을 방해해 충분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한 세포 중 일부는 사멸해 퇴행성 질환의 시초가 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설탕을 과잉섭취할 경우 심혈관 질환과 암, 당뇨병, 비만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체에서 처음 흡수된 설탕은 포도당(글리코겐)의 형태로 간에 저장되는데 간의 용량은 한정돼 있다. 결국 여분의 글리코겐은 지방산 형태로 혈액을 통해 복부와 엉덩이, 가슴, 허벅지 부위에 저장돼 비만을 불러온다."
변 의료원장은 "지방산이 복부, 엉덩이, 가슴, 허벅지에 다 차면 심장이나 신장과 같은 활동적인 기관들에 분포돼 이들 기관의 조직들이 퇴화해 지방으로 변하게 된다"면서 "결국 부교감신경계에 이상이 생기고, 순환계와 림프계도 침범당해 적혈구의 질이 현격히 떨어지는 등 우리 몸의 면역력이 위축돼 어떤 세균이든 불문하고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설탕, 백해무익한가?
최근 우리 정부를 비롯해 전 세계가 설탕과의 전쟁에 나서고 있다. 설탕은 우리 몸에 나쁜 음식이고,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 그러나 전문가들은 설탕 그 자체가 백해무익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대구가톨릭대학병원 이지현 교수는 "단맛은 뇌의 쾌락 중추를 자극해 기분을 좋게 하는 세로토닌을 분비시킨다. 단맛은 농도에 관계없이 쾌감을 주며 삶의 활력소 역할을 한다"면서 "뇌는 오직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데, 잠시라도 뇌에 포도당 공급이 되지 않으면 인간은 살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포도당을 빠르게 섭취할 수 있는 설탕이나 꿀 같은 단순당의 섭취는 우리 몸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설탕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음식이며, 무조건 먹지 말아야 할 나쁜 음식이 아니다"면서 "문제는 하루에 섭취하는 양인데, 한국인의 당류 섭취량은 2007년 13.3%에서 2013년 14.7%로 증가 추세다. 이 수치는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의 권장량(10%)을 넘어섰으며 향후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주의가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달콤한 음식을 섭취하면 순간적으로 기력이나 기분을 회복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영국 랭커스터대학의 샌드라 리 박사는 포도당이 함유된 음료를 섭취할 경우 단기기억력을 적어도 24시간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또 안정감과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기특한 음식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대구한의대 한방병원 변준석 의료원장은 "설탕의 과다섭취가 문제가 되기 때문에 설탕 대신 과일이나 채소로 단맛을 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과일, 채소에 많은 식이섬유가 당 흡수를 늦춰주고, 더불어 식이섬유가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식사량이 줄고 결국 설탕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단맛을 내면서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재료로 파인애플, 사과, 배, 양파, 당근, 파프리카와 현미밥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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