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과거 자신의 대변인을 가장해 언론 전화 인터뷰까지 한 사실이 드러났다.
'트럼프 해부'에 나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변인을 자처하는 존 밀러라는 인물과 '피플 매거진'의 수 카스웰 기자의 1991년 전화 인터뷰 내용이 담긴 14분 20초 분량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당시 카스웰 기자는 트럼프의 사생활을 직접 취재하기 위해 그의 맨해튼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고, 전화 인터뷰 요청 후 5분 만에 밀러라는 대변인이 카스웰 기자에게 답신 전화를 하면서 전화 인터뷰가 성사된 것이다.
녹취록에는 트럼프의 첫 번째 부인 이반나와의 12년 결혼생활과 유명 연예인과의 연문에 대한 카스웰 기자의 질문에 대해 시원시원하게 답변하는 밀러 대변인의 대답이 그대로 담겨있다.
대변인은 자신을 존 밀러라고 소개했지만, 카스웰 기자는 대변인의 목소리가 너무 익숙해 의아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는 (대변인으로) 새로 왔는데 그(트럼프)가 믿고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밀러 대변인은 인터뷰 도중에도 "그는 좋은 사람이다. 어느 사람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는다. 그의 (첫째) 부인도 잘 대해줬고 (둘째 부인) 말라 메이플에게도 잘해 줄 것"이라며 트럼프를 적극적으로 옹호한다.
그는 또 "여자들이 트럼프라면 사족을 못 쓴다. 여배우들이 트럼프와 데이트하려고 전화를 한다. 심지어 마돈나도 그와 데이트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자신 소유의) 플라자호텔에서 자선 행사를 열었는데, 마돈나가 아름다운 이브닝드레스에 군화를 신고 나타났다"면서 "그러나 트럼프는 아무런 흥미를 못 느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트럼프와 염문이 있던 이탈리아계 슈퍼모델 카를라 브루니(향후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이 됨) 때문에 메이플과 헤어졌다며 "그는 정말로 얽매여 헌신하는 것을 원치 않았고 그래서 정리한 것"이라며 트럼프 본인이 아니면 도저히 대답할 수 없는 부분까지 상세히 설명했다.
문제는 이 모든 게 트럼프의 '연극'이라는데 있다.
WP는 "목소리 톤이나 자신감에 넘친 말투 등 딱 듣기만 해도 단번에 트럼프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트럼프가 대변인을 가장해 자기자랑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밀러 대변인은 트럼프를 줄곧 '그', 또는 '트럼프'라고 칭하다가 트럼프의 사랑 생활에서 브루니가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얼떨결에 "그녀는 매우 예쁘다. 내가 한번 잠깐 봤는데 예뻤다"며 1인칭 화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WP는 이번 일 이외에도 트럼프가 '익명의 제보자'를 위장해 뉴욕데일리뉴스의 고십 칼럼니스트 린다 스테이시 앞으로 음성 녹음을 남기기도 했고, 또 존 배런이란 인물을 가장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 인터뷰 후 카스웰 기자는 '트럼프가 말라와 헤어지고 카를라와 사귀기 시작했다'는 기사를 내보냈으나 몇 주 후 트럼프와 메이플이 약혼한다는 정반대의 기사가 나와 카스웰은 당황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당시 "존 밀러의 전화는 예측이 잘못된 농담"이었다는 해명과 함께 사과의 의미로 카스웰 기자를 메이플과의 저녁 식사에까지 초대했다고 WP는 전했다.
이러한 대변인 사칭 인터뷰에 대해 트럼프는 13일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면서 "전혀 내 목소리 같지 않다. 내 목소리를 흉내 내는 사람이 아주 많은데 이것도 그런 사기 중 하나로 보인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WP에 따르면 트럼프는 밀러의 인터뷰에 대해 "실패한 농담"이라고 실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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