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醫窓)] 설탕과의 전쟁

달콤함이라고 다 같은 달콤함이 아니다. '달다'라는 말은 문화권마다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니는데 동양보다는 서양에서 훨씬 더 긍정적으로 쓰인다. '감언이설'(甘言利說)의 달콤함은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지만 영어에서 '달다'(sweet)는 훨씬 더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서양인 특히 영국인은 달콤한 맛이 나는 모든 것들을 굉장히 좋아한다. 설탕이 유럽에 처음 알려졌을 때에는 향신료로 구분됐다. 동방에서 전해진 값비싼 물건이라 음식에 넣을 때도 다른 귀한 향신료처럼 아주 조금만 사용했을 것이다. 단맛이 날까 말까 할 정도로만 조금씩. 설탕은 왕족이나 귀족들만이 살 수 있는 사치품이었다.

하지만 달콤한 맛의 치명적인 유혹은 씁쓸한 문제를 초래했다. 서양인들은 설탕의 주 원료인 사탕수수를 심느라 세계 곳곳의 광대한 평야를 파괴하고 셀 수 없이 많은 노예 노동자들을 강제 이주시켜 중노동을 시켰다. 우리나라 최초의 이주 노동자도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고된 일을 했다.

이런 역사를 가진 설탕이 최근 '공공의 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올 3월 영국 정부가 설탕세를 도입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오는 2018년부터 설탕세를 도입해 비만율을 낮추고 국민들의 건강을 증진하겠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설탕류를 하루에 섭취하는 칼로리의 10% 이하로 섭취하라고 권고했다가 지난해에는 5% 이하로 줄이는 것이 좋다고 추가로 제안했다. 성인 남성의 하루 권장 칼로리는 2천500㎉이므로 하루 설탕 섭취량은 30g이 조금 넘는다. 성인 여성의 경우는 25g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우리 정부도 비만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의 주범으로 꼽히는 설탕과 전쟁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1차 당류 저감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당류 섭취율을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020년까지 가공식품(우유 제외)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하루 열량의 10%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하루 열량의 10%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영양 표시 등 당류와 관련된 정보 제공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같은 조치에 나선 것은 설탕이 만성 질환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식약처 조사 결과, 가공 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이 하루 열량의 10%를 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비만 위험은 39%, 고혈압과 당뇨병은 각각 66%와 41%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인의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은 지난 2010년 총열량 대비 7.6%에서 2013년에는 8.9%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설탕을 포함한 당류 섭취를 선택의 자유로 맡길 수 없는 심각한 상태에 왔다. 건강과 만성질환 예방을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 개개인도 설탕과 전쟁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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