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이하 '님∼행진곡') 합창 결정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보훈처가 올해 5·18 기념식에서 '님∼행진곡'을 합창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야권과 5·18 단체에서 비난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입장 표명을 한 것이다.
박 처장은 17일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5·18) 기념식 주빈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 또는 정부를 대표하는 국무총리가 참석하게 되는데 (님∼행진곡) 제창으로 결정되면 주빈이 의무적으로 불러야 한다.정부기념식에서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박 처장은 육사 27기 출신의 예비역 중장으로,군 생활 30여 년 대부분을 북한 관련 군사정보 부서에서 근무했다.보훈처의 나라 사랑 교육정책 시행 등으로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그는 합참 정보본부장 시절인 2004년 7월 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사건 때 남북 함정 간 교신 내용을 언론에 공개한 뒤 책임을 지고 군복을 벗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2월 보훈처장에 기용된 그는 '님∼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 문제 등으로 끊임없이 야당과 충돌했다.
2014년 4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2013년 국회 본회의에서 '님∼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이 통과된 사실을 거론하며 기념곡 지정을요구했으나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버티다가 회의가 파행되기도 했다.
작년 5월에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 93명이 '님∼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을 박 처장이 가로막았다며 해임촉구 결의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보훈처 직원들마저 '깜짝 놀랐다'는 '님∼행진곡'의 합창 결정은 박 처장의 강한 신념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일각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협치(協治) 행보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음은 박 처장과의 일문일답.
-- '님∼행진곡'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일각에서는 '대한민국이 노래 하나에 매달려 국론을 낭비할 때인가'라는 지적도 있다.보훈처에서 '합창'으로 결론 내린 배경에 대해 말해 달라.
△ '님∼행진곡" 노래의 기념곡 지정과 제창 문제가 지난 2008년부터 시작해 2016년 올해까지도 찬성과 반대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정부 입장을 정하기가 쉽지 않았다.대통령께서 지난 5월 13일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님∼행진곡'에 대한 좋은 방안을 강구하도록 지시하시고 지난 3일 동안 각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논의를 거쳐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합의를 본 것이다.
첫째는 보훈단체와 애국단체 등에서는 제창을 결사반대하고,만일 제창으로 결정하면 행사에 불참하겠다는 의견이 강했다.국가유공자를 위한 업무를 하는 국가보훈처가 보훈단체가 행사에 불참하고 애국단체가 반대하는 결정을 하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은 지자체 행사가 1997년 정부기념행사로 격상됐는데노래 문제로 행사가 계속 갈라지면 정부기념일로 제정한 취지가 퇴색되고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둘째는 합창과 제창 논란에서 기념식 주빈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 또는 정부를 대표하는 국무총리가 참석하게 되는데 제창으로 결정되면 주빈이 의무적으로 불러야 한다.정부기념식에서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 하는 질문에 답하기 어려웠다.
셋째는 많은 의견 수렴 결과,현재의 상황에서 갈등과 논란을 해소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현재처럼 본 식순에 포함하여 '참석자 자율 의사'를 존중하여 부르고싶은 사람은 따라 부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부르지 않는 방법이 논란을 최소화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에 많은 분들의 공감대가 이뤄져 합창으로 결정하게 된 것이다.
정부 방침을 발표한 이후에도 많은 찬반 논란이 일어나는 것처럼 찬성과 반대 쪽을 다 아우르는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정부 발표 후 새누리당에서도 유감을 표명하고 재고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저희가 다시 한 번 고민해 보았지만 현재의 방법 외에 다른 대안을 찾기가 어려웠다.여당의 재고 요청에 긍정적인 답을 드리지못하는 점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넓은 양해의 말씀을 드린다.
-- 일각에서는 '청와대 지시'를 보훈처에서 무시하고 독단적인 결정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품고 있다.이런 의혹 제기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다.
△ 국가보훈처의 결정은 앞의 질문에서 답변 드린 바와 같이 대통령님의 지시를수행하기 위해 지난 3일 동안 주말도 반납하고 각계의 수많은 의견 수렴을 거쳐 방향을 정한 것이지,보훈처가 독단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다.
-- '님∼행진곡'은 관련 법령이 국회에서 제정된다면 기념곡으로 지정될 수 있다고 보나.
△ 기념곡 지정 문제는 또 '제창'과 다른 논란을 발생시킬 수 있다.현재 5대 국경일,46개 정부기념일,30개 개별 법률에 규정된 기념일에 정부에서 기념곡을 지정한 전례가 없고 애국가조차도 국가로 지정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이런 상황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국회에서 법령으로 정하여 지정할 경우 '국가 기념곡 제1호'라는 상징성 때문에 또 다른 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이 문제도 성급하게 지정할 것이 아니라 정치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치고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과도 충분한 토론이 선행되고 국민 공감대를 이루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님∼행진곡'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국민께 한 말씀 부탁드린다.
△ 국민께서 정부가 왜 기념곡 지정과 제창을 결정하기 어려운지 그 이유를 아시면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언론에서 국민께 좀 더 상세히 알려주시기를 진정으로 요망한다.그리고 정치권에서 지난 9년 동안 5·18 기념식 때마다 같은 논란을 반복하고 있는데 도대체 이 노래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노래인지,국가보훈처는 올해 기념식 이후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과 논의하여 국민통합에 기여하는 5·18 기념식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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