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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칼럼-김경해의 마케팅 이야기] 두 마케팅 PR 천재들의 감동적 이야기

계성고·서강대(영문과 및 언론대학원) 졸업. 전 서강대
계성고·서강대(영문과 및 언론대학원) 졸업. 전 서강대'중앙대'한양대 겸임교수. 현 한국PR협회 및 한국PR기업협회 회장

美 버네이즈 뉴욕 '녹색 무도회' 전략

담뱃갑 녹색 색깔 유행시켜 판매 성공

사우디 무기상 카쇼기 '한글판 명함'

박정희 대통령 호감, 중동 진출 길 열어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의 조카이자 '현대 마케팅 PR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드워드 버네이즈(Edward Bernays' 1892~1995)는 수많은 PR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 미국의 천재적인 마케팅 PR 전문가로 평가된다. 1920년대 '럭키 스트라이크'라는 새로운 브랜드로 미국 담배시장을 석권한 아메리칸 토바코사의 사례가 그의 대표적 성공 스토리 중 하나다. 당시 아메리칸 토바코의 조지 힐 사장은 담배시장에 여성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방안을 생각하고 있었다.

힐 사장은 럭키 스트라이크의 녹색 담뱃갑이 여성들의 옷 색깔과 어울리지 않아 여성들이 꺼린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받고 고민하다가 당시 미국 최고의 마케팅 PR 전문가로 평가받던 버네이즈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런데 버네이즈는 "담뱃갑 색깔을 바꾸지 않을 거라면, 그 담뱃갑 색깔인 녹색을 도시의 유행 색깔로 만들어버리죠"라는 기상천외한 제안을 했다.

담뱃갑 색깔을 바꾸려면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데 오히려 담뱃갑 색깔은 그대로 두고 녹색을 아예 도시의, 여성의 유행 색깔로 유도하자는 아이디어에 힐 사장은 자기의 귀를 의심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버네이즈의 '녹색 무도회'(Green Ball) 전략이었다. 수많은 미국 여성들이 싫어하는 담뱃갑의 녹색을 유행 색깔로 바꾸겠다는 버네이즈의 획기적인 제안의 결말은?

버네이즈는 당시 뉴욕을 대표하는 최고의 호텔이던 월도프 아스토리아를 빌려 미국 사교계 최고의 여성들에게 '녹색 무도회' 초청장을 발송하고 녹색 가운을 입은 초청자들만 입장이 허용된다는 안내문을 명시했다. 무도회장의 인테리어도 모두 녹색으로 하도록 했으며, 메뉴도 콩'완두'호박'고추 등으로 만든 녹색요리 중심이었고, 심지어 후식조차 녹색이었다. 그 자리에 '위대한 예술가들 작품에 나타난 녹색'이라는 제목의 유명 미술대 학장의 강연과 '녹색의 심리학적 의미'를 설명하는 심리학 강연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그 결과, 그해 가을 뉴욕에서 녹색이 유행하는 기적이 일어나게 됐으며, 버네이즈는 전설적인 PR의 대가로 명성을 더욱 드높이게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시절 'PR 마케팅'의 사례 하나가 전설적 이야기로 남아 있다. 1970년대 해외 진출 초기에 사우디 아라비아의 유명한 무기중개상 아드난 카쇼기가 박정희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일이 있었다. 당시 국내에서 외교 관련 시사월간지를 발행하고 있던 한 발행인이 카쇼기의 대통령 예방 소식을 듣고 카쇼기의 명함을 한글판으로 준비해 그가 도착한 뒤 숙박 예정인 호텔 로비에서 밤 12시까지 기다렸다가 건네주면서 "박 대통령에게 이 한글 명함을 드리면 대화 분위기에 좋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카쇼기는 다음날 박 대통령을 예방하면서 그 한글 명함을 건네고 "저는 카쇼기입니다"라고 한국말로 인사했다. 이 인사 한마디도 전날 그 발행인이 가르쳐 준 것이었다. 콧대 높기로 유명했던 카쇼기의 공손한 행동에 감명받은 박 대통령은 그날 예정에 없던 오찬을 함께하자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그 뜻밖의 오찬에서 박 대통령과 카쇼기는 한국 건설사의 중동 진출을 위한 지원 대책으로 한국과 카쇼기 측이 공동투자하는 '한불종합금융'을 설립하는 방안을 도출하는 등 초창기 한국 건설사의 중동 진출 길을 여는 역사적인 기반이 마련되기도 했다. 한편, 카쇼기는 대통령과의 성공적인 면담을 가능케 해준 그 발행인에게 그 후 1년치 분량의 거액 광고를 주는 등 크게 감사했다.

1만원을 들여 만들어 준 한글 명함이 가져온 놀라운 이야기는 그 발행인의 개인적 사업 에피소드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PR 마케팅 성공 스토리라 하겠다.

지난 4월 30일 자 매일신문 1면의 사진 한 장이 필자의 눈길을 끌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12명의 대구 국회의원들이 함께한 흔치 않은 사진과 '여도 야도 아닌 대구만 생각합시다'라는 사진 설명은 감동적이었다. 순간 그들 사진 속의 인물 모두가 '대한민국 최고의 미남 미녀'로 보였다. 그 사진 속의 인물들, 권 시장과 12명의 국회의원 모두가 하나 돼 아무쪼록 대구에서 성공적인 PR 마케팅을 이룩하는 그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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