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死 연상? "대구 사람은 4자를 싫어해"

'사거리' 대신 '네거리'·아파트·빌딩 4층·4라인 없어

'대구에만 있는 네거리.'

지난달 중순 서울에서 대구로 놀러 온 유모(25'여) 씨는 대구를 돌아다니다 교통표지판과 관광지도 등에 '사거리' 표기는 없고 유독 '네거리'로 표기된 것이 신기했다. 또한 아파트와 빌딩 상당수가 4층과 4라인이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대구 친구들에게 이유를 물었지만 뾰족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유 씨는 "죽을 사(死)랑 연관된 건가 생각도 든다. 서울은 사거리나 4층 등이 보편화돼 있어 그 이유가 무척 궁금하다"고 말했다.

대구의 지명이나 층수 등에 '사'자가 사용되지 않는 현상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외지인들이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대구 도로들의 공식 명칭에서 '사거리'라는 표기를 거의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외지인이 많이 찾는 수성못 근처만 하더라도 교차로가 들안길삼거리와 상동네거리, 두산오거리 등으로 표기돼 있다. 이처럼 대구는 교차로 명칭이 대부분 삼거리, 네거리, 오거리, 육거리 등으로 표기된 것이다. 한자어계 수사대로라면 삼거리 다음 사거리를 써야 하고 고유어계 수사를 쓰려면 세거리, 네거리, 다섯거리를 쓰는 것이 통상적인데 대구의 경우 교차로 명칭에 한자어계와 고유어계가 섞여 있는 셈이다. 아파트나 빌라 등 건축물도 '사'자가 들어가는 4층이나 4라인을 잘 표기하지 않고 있다.

누리꾼 사이에서도 이런 표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대구 사거리와 네거리를 검색하면 "대구 사람 신기한 거 하나 가르쳐 줌! 네거리 사거리" "사거리와 네거리? 대구는 네거리!" "서울은 사거리라 하는데 왜 대구, 경산 가면 네거리라 할까요?" 등 궁금해하는 글로 가득하다.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관습적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대구시 도로과 관계자는 "워낙 오래전부터 대구는 사거리라는 표기를 안 쓰고 네거리란 명칭을 주로 사용해온 것이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희준 삼호 e편한세상 소장도 "대구에서는 '죽을 사' 자를 기분 나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건축물을 지을 때 4층이나 4라인을 없애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오동욱 대구경북연구원 문화정책 박사는 "대구는 보수적이고 관습에 의존하는 성향이 강해 '사' 자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인식 또한 심한 편이다"며 "도시가 좀 더 국제화되면 그런 현상도 서서히 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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