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타전된 지난 17일 묵묵히 박수를 보내며 영광을 함께 나눈 이들이 있다.
외교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직원이 그들이다.
18일 KF에 따르면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맨부커상 공동 수상자에 이름을 올린 영국인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는 한국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KF로부터 장학금 등을 지원받았다.
KF는 해외 학계에서 '지한파' 전문가를 육성하는 'KF 방한 연구 펠로십'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외국 주요 대학에서 한국어나 한국학을 공부하는 '푸른 눈'의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한국으로 초청해 연구비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스미스는 이 프로그램의 지원 대상자로 선정돼 2013년 4월부터 두 달 반가량 한국에 머물며 '현대 한국 문학에서 현실을 재현하기 위한 서술적 전략'을 주제로 연구했다.
스미스는 한국 문학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고 한다.
당시 그는 "한국 문학 번역을 통해 한국어를 읽지 못하는 학생들도 한국 문학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면서 "이를 통해 영국 학생들에게 한국 문학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영국 대학 내에 한국 문학의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고 KF는 전했다.
스미스의 방한 연구에 지원된 KF 예산은 610만원 정도였다.
재단은 스미스가 영국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2015년까지 'KF 해외대학 한국전공 대학원생 장학지원' 사업에 따라 모두 2만4천 유로(현재 환율로 약 3천200만원)를 후원했다.
KF는 한국인이 최초로 맨부커상을 거머쥔 이번 쾌거를 계기로 '제2의 데버러 스미스'가 나올 수 있도록 지한파 학자 육성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재단 측은 'KF 해외대학 한국전공 대학원생 장학지원' 사업으로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52개국 3천300여 명을 지원했다.
'KF 방한 연구 펠로우십'으로는 올해만 해외 학자 34명이 선정돼 현재 19명이 한국에서 연수를 하고 있다.
이시형 KF 이사장은 "스미스가 한국과 맺은 인연을 키우는 데 KF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기를 바란다"면서 "해외 학계에 지한파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한 씨앗을 뿌려놓은 덕택에 이런 성과를 거두게 된 만큼 앞으로도 지한파, 나아가 친한파 학자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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