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경북 봉화군의회의 탈선, 철저한 수사로 바로잡아야

경북 봉화경찰서가 지난 2년 동안의 봉화군의회의 의정 운영 공통 경비와 의회 운영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서를 제출받아 최근 수사에 들어갔다. 군의회 의원들이 공적인 경비를 사적 용도로 쓴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지방의회 예산의 사적 집행 여부가 사실로 드러날지 관심거리다.

경찰은 우선 세 부분에서 비리 혐의를 찾고 있다. 의원들이 금배지를 구입한 것, 의원과 의회 직원을 위해 등산복을 단체로 여러 차례 사서 돌린 점, 운동화 상품권을 구입해 의원들에게 나눠준 일이다. 실제 본지가 확인한 결과, 봉화군의회는 지난달 의원 8명과 의회 직원 12명에게 1인당 30만원짜리 600만원 상당의 의류를 샀고 지난해도 그러했다. 15만원 상당의 운동화 상품권도 의원들에게 돌렸다. 수십만원짜리 한글 금배지를 만들어 전달한 것도 사실이었다.

봉화군의회는 매년 통상 의회 운영 공통 경비와 예산'결산특위 운영 경비, 의회 운영 업무추진비 등으로 평균 8천300만원을 지출한다. 또 의회의 각종 대외협의체 모임 예산도 되돌려받아 쓴다. 모두 의회 활동 목적에 쓰도록 짠 예산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공돈'이 의원과 의회 직원을 위한 '용돈'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런 예산 가운데 과연 얼마 정도가 목적에 맞게 제대로 쓰이는지는 알 수 없다. 경찰이 철저한 수사로 낱낱이 밝혀야 할 몫이다.

봉화군 의원들의 이런 작태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의 결과다. 집행부 견제와 주민 대표라는 존립 취지를 허무는 탈선이다. 문제는 이런 일이 구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현재 이들의 예산 집행과 관련한 감사나 견제조차 없는 사각지대로 방치돼서다. 멋대로 돈을 써도 간섭을 받지 않는 예산 쓰임새 구조다. 의회와 의원 스스로 판단에 맡기는 꼴이니 고양이에게 생선을 준 것과 다름없다.

이런 탈선이 봉화군의회만 그럴까. 경북의 다른 시'군의회는 어떤지 살펴봐야 한다. 경찰 수사 결과, 사실이면 다른 의회에 대한 확인 작업에도 나서야 한다. 정부 당국 역시 하루빨리 지방의회 예산의 목적에 맞는 투명한 집행을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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