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대표 밤 명소…교동 도깨비야시장·안지랑시장 곱창골목·평화시장 닭똥집골목

교동도깨비야시장이 개장한 지난 13일 오후 많은 시민들이 다양한 먹을거리와 볼거리를 통해 맛과 멋에 흠뻑 취했다. 정욱진 기자
교동도깨비야시장이 개장한 지난 13일 오후 많은 시민들이 다양한 먹을거리와 볼거리를 통해 맛과 멋에 흠뻑 취했다. 정욱진 기자
지난해 열린
지난해 열린 '제3회 안지랑곱창 젊음의 거리 오감 페스티벌' 모습과 연탄불에 굽고 있는 양념곱창. 남구청 제공
대구 동구 신암1동 평화시장. 동구청 제공
대구 동구 신암1동 평화시장. 동구청 제공

서문시장 외에도 대구에는 시민들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밤 명소들이 많이 있다. 특히 지난 13일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문을 연 교동도깨비야시장은 젊음과 열정이 어우러진 인근 동성로와 연계돼 대구의 밤을 밝힐 새로운 명소로 부각될 전망이다. 또 안지랑시장의 곱창골목과 평화시장 닭똥집골목도 최근 입소문을 타면서 외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대구시는 이들 전통시장을 특화해 대구의 밤을 보여줄 관광상품으로 적극 홍보할 방침이다.

◆25개 부스 닭꼬치·와플·어묵 '밤손님' 유혹…교동 도깨비야시장 13일 개장

지난 13일 오후 8시 대구 교동시장. 평상시엔 상점들의 셔터가 하나둘씩 내려가고, 불이 꺼진 파장(罷場) 분위기가 연출됐겠지만 이날은 밤늦게까지 시장을 찾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야시장(夜市場)이 이곳에 개장했기 때문.

교동시장 북편도로 제일백화점에서 현음전자까지 100m 구간에는 25개의 먹을거리와 생필품, 액세서리 등을 파는 다양한 매대가 줄을 지었다. 그 사이를 시내 야경과 야식을 즐기기 위해 찾은 시민들이 메웠다. 남자친구와 함께 교동도깨비야시장을 찾은 여대생 김소연(21) 씨는 "교동시장 야시장이 개장한다는 소식을 듣고 구경 삼아 와봤다. 대구에는 밤늦게까지 문은 여는 곳이 잘 없는데, 평소 즐겨 먹는 먹을거리들이 많고 가격도 저렴해서 너무 좋다"고 했다.

회사원 이충재(39) 씨는 "반월당 인근에 직장이 있어서 퇴근하면 이곳의 단골손님이 될 것 같다"면서 "서울이나 전주 등 다른 지역에 놀러 가면 일부러 야시장을 찾곤 했는데, 대구에도 야시장이 생겨 좋은 명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야시장 매대에는 야식으로 인기가 많은 닭요리부터 어묵, 꼬치, 와플, 국화빵, 납작만두, 볶음우동 등 다양한 먹을거리가 속이 출출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이날 가장 인기를 끈 곳은 스테이크토스트를 판매하는 매대. 원래 하나에 5천원이었지만 개장 기념으로 이날은 절반 가격인 2천500원에 판매됐다. 매대 오픈과 동시에 손님들의 줄이 10m가량 길게 늘어섰다. 기름에 살짝 튀긴 2개의 토스트 사이에 두꺼운 패티와 계란과 채소볶음이 섞인 또 다른 패티를 넣어 만드느라 하나 완성하는 데 시간이 적잖이 걸린 것. 보다 못한 손님들이 자신이 주문한 토스트는 직접 포장지에 담아 가져가기도 했다.

이 매대 주인(37'여)은 "이렇게 인기가 있을 줄은 몰랐다. 첫날이라 그런지 시민들의 반응도 너무 뜨거워 기대 이상"이라며, "사실 장사 경험이 많지 않아 음식 만드는 것이 서툰데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지만, 좋은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정성껏 만들어 대접할 생각"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야시장 하면 '맛'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멋'을 선물하는 매대도 적잖았다. 각종 액세서리와 꽃, 스카프, 사주 타로 등의 매대가 손님들의 발길을 붙잡은 것. 어린 두 딸과 함께 이곳을 찾은 정주형(44) 씨는 "시원한 밤바람을 마시면서 다양한 먹을거리와 볼거리를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다음 달에는 서문시장에도 야시장이 생긴다고 하던데, 지역 경기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6'25전쟁 이후 미군 군수품과 수입품 등을 거래하던 교동시장은 보석가게와 각종 전자제품 판매상점들이 많이 들어섰고, 특히 컴퓨터 보급이 확산하던 시기 호황을 맞았지만 지금은 인터넷 판매 등으로 활력을 많이 잃었다. 시장상인회와 중구청은 이번 교동도깨비야시장 개장으로 교동시장의 활기를 되찾겠다는 목표다. 야시장은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열린다.

◆골목 숯불 연기 자욱 '전국 5대거리' 선정…대명동 안지랑시장 곱창골목

대구 남구 대명동 안지랑시장에는 곱창골목이 있다. 현재 47곳에 이르는 양념곱창집이 빼곡하게 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한 가지 메뉴를 파는 가게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 있는 곳도 드물다. 2012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전국 5대 음식테마거리에 들었으며, 지난해에는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됐다.

지난 17일 오후 찾은 안지랑네거리에서 룸비니유치원까지 약 500m 골목 양쪽에 늘어선 47곳의 양념곱창집들은 돼지곱창을 주메뉴로 삼아 손님들의 코와 눈을 자극하고 있었다. 연탄불과 숯불로 곱창과 막창을 굽는 풍경은 장관이었다.

대구시민들은 물론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도 많이 보였다. 이미 대구의 명소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가게마다 양념과 소스, 굽는 방법은 천차만별. 하지만 가격은 하나같이 착했다. 곱창 500g 한 바가지에 1만2천원, 생막창 200g과 삶은 막창 150g은 모두 8천원이다. 상가번영회 차원에서 분량과 가격을 하나로 통일했기 때문이다. 주문할 때도 '1인분' '2인분'이라고 하지 않는다. '곱창 한 바가지'라고 외쳐야 한다고 했다.

상인들은 품질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 신선한 곱창을 깨끗하게 손질해 진공포장을 한 최고의 곱창만을 엄선해 공동 구매한다는 것.

식당마다 한 귀퉁이에 검은 연탄이 층층이 쌓여 있었다. 이색적인 구경거리에 눈을 빼앗기고 있자 옆에 있던 한 상인이 "곱창, 막창은 역시 연탄불에 구워 먹어야 제맛인 기라요. 우리 골목은 생길 때부터 연탄 직화구이가 전통이지예"라고 말했다.

전통시장이던 이 골목이 곱창 명소로 자리 잡은 역사는 제법 길다. 1979년 안지랑시장의 한편에 생긴 '충북식당'이라는 상호의 곱창식당이 효시다. 이후 이곳에 곱창식당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서 동일 음식 골목을 형성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라고 한다. 2003년 안지랑곱창번영회가 생기고 행정기관의 지원정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면서 서서히 전국적 명성을 얻었다. 요즘 유입 인구는 평일의 경우 2천여 명, 주말엔 5천 명가량 된다고 했다. 무더운 여름이 되면 이보다 더 많다는 것이 상인들의 얘기다.

◆43년 골목 역사, 외지 원정 손님도…40여년 전통 닭똥집 튀김

평화시장 닭똥집골목은 4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구의 대표적인 먹자골목이다. 안지랑시장 곱창골목만큼이나 유명한 곳. 한국관광공사 지정 '2015 음식테마 거리'로 선정됐다. 동대구역과 가까워 외지인들의 발길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닭똥집골목은 1972년 평화시장 내에서 삼아통닭을 운영하던 부부가 인력시장의 건설노동자들에게 안줏거리로 닭똥집을 서비스로 튀겨 내던 것이 유래가 됐다. 당시 닭똥집을 튀겨 손님에게 서비스로 내어준 것이 의외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본격 메뉴로 급상승하게 된 것. 현재는 28곳의 닭똥집 전문업소들이 모여 골목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원조 닭똥집골목에는 삼아통닭, 꼬꼬하우스, 평화통닭, 포항통닭, 대구통닭, 제일통닭, 은행나무통닭, 진미통닭, 우정통닭, 똥집통닭 등 1세대 식당들이 40여 년의 긴 세월을 견디고 계속해서 성업 중이다.

닭똥집골목의 대표 메뉴는 역시 닭똥집 튀김이다. 양념똥집, 간장똥집, 누드똥집, 마늘똥집, 파똥집 등 입맛에 따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메뉴도 시대에 따라 바뀌고 있다. 최근엔 젊은 층의 입맛에 맞춰 닭똥집을 이용한 다양한 퓨전 요리도 개발되는 등 닭똥집 요리가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 이곳의 설명이다.

닭똥집 한 접시 가격은 7천원부터 1만원대로 풍성한 양에 비하면 매우 저렴하다.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이 소주 한잔 기울이며 즐겨 먹던 추억을 느낄 수 있도록 가격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 그래서 옛 추억을 더듬어 찾은 중장년층뿐 아니라 요즘은 젊은 층에게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엔 트릭아트 포토존과 은하수 조명이 설치되면서 닭똥집골목의 밤거리가 더욱 화려하게 변신했다. 밤이 되면 술 한 잔 기울이기 위해 모여드는 사람들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것. 게다가 대구에서 2014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치맥페스티벌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되면서 닭똥집골목의 인기도 덩달아 상승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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