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가 임기 마지막 날 '상시 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은 의회 권력의 과잉이다. 우선 절차적 민주주의를 위반했다. 의회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는 본회의나 상임위원회에서 의결 정족수만 충족한다고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해당 안건이 어떤 내용인지, 긍정적인 측면은 어떤 것이고 부정적인 측면은 무엇인지 충분한 토론이 선행해야 한다. 그래야 통과시키는 것이 맞는지, 부결시키는 것이 나은지 국민이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정의화 국회의장은 국회법 개정안을 충분한 토론 없이 기습 상정했다. 직권상정 요건을 명시한 국회선진화법을 무시한 것이다. 지난해 주요 쟁점 법안을 직권상정해 달라는 여당의 요구를 국회선진화법을 이유로 한사코 거부했던 정 의장이다. 그런 점에서 '상시 청문회법' 통과는 합법을 가장한 '날치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의회에서 의사봉만 두드리면 못할 것이 없다는 입법 독재적 발상이다.
절차적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상시 청문회법' 자체가 바로 입법 독재다. 여야 합의가 없어도 상임위 차원에서 과반이 찬성하면 일년내내 어떤 사안이든 청문회를 열 수 있다는 것은 행정부에 대한 견제를 넘어 행정부를 입법부의 통제하에 두겠다는 것과 같다. 상시 청문회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단적인 예다. 피해가 드러났을 때 국회 차원에서 조치를 강구했다면 피해의 확산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정치권력이나 사법권력이 연루된 대규모 권력형 비리의 신속한 규명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문제는 상시 청문회가 절제되지 않고 남발될 가능성이다. 그동안 국회 청문회가 진상 규명보다는 정치 공세로 흐른 경우가 더 많았던 사실은 상시 청문회에 기대보다는 우려를 더 갖게 한다. 더구나 20대 국회는 여소야대이고, 다음 대선이 코앞이다. 상시 청문회가 취지와 달리 정략의 장으로 변질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우리 국회는 이런 걱정이 기우임을 보여줄 책임감과 자제력이 있을까?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기 어렵다. 지금 제도만으로도 얼마든지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다. 이를 넘어서면 행정부에 대한 견제가 아니라 '갑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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